세계 최고 건설기술 가진 한국서 후진국형 붕괴 사고 난 이유 [더 머니이스트-최원철의 미래집]

입력 2022-01-18 07:09
수정 2022-01-18 10:50
최근 광주 서구 주상복합 아파트 붕괴사고가 우리 사회에서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도급순위 9위의 대형 건설회사 현장에서 후진국형 붕괴사고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사고이기에 건설인의 한사람으로서 정말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이런 사고는 한 두가지 원인만으로는 일어날 수 없습니다. 동절기 콘크리트 타설 시 양생의 문제, 너무 빨리 제거한 동바리(비계기둥), 제대로 교육되지 않은 제 3국 인력 위주 공사 강행 등 너무 다양한 문제가 복합돼 벌어진 사고입니다. 관리감독을 해야하는 구청 직원들마저도 관심을 두지 않았다니 한심한 일입니다.

헌데, 이런 문제들을 막기 위한 우리나라 건설안전관련 법규나 제도는 잘 완비되어 있습니다. 대형사고가 날 때마다 보완해서 선진국과 비교해도 이해하기 쉽게 잘 만들어졌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문제는 잘 만든 법규와 제도를 제대로 교육하는 곳이 별로 없다는 점입니다. 부동산 전문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다보면 부동산 관련 금융회사나 디벨로퍼, 건설회사 등에 다니면서도 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철근콘크리트의 구조, 안정된 형태와 불안정한 형태, 붕괴의 원인 등 자재의 특성부터 왜 국내 신도시가 벽식구조 아파트 일색인지, 왜 해외는 라멘구조로 아파트를 만들어 100년 이상 사용하는지 등 법규와 제도의 배경까지 폭넓게 알아야 공사비로 책정된 금액들이 제대로 집행되고 있는지, 공사에 어떤 설계변경이 있고 나중에 얼마나 분담금을 더 내야하는지 등 모든 내용을 꼼꼼히 챙길 수 있습니다.

법규와 제도 교육은 비단 건설회사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근 재개발·재건축을 신탁방식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되면서 신탁회사들이 발주처가 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자산운영사들이 초대형 물류창고의 발주처가 되면서 금융인들도 대형 건설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지요. 재개발·재건축의 실질적 주인인 조합도 있습니다.

이미 한국은 세계 최고의 건설기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층 건물인 두바이 버즈칼리파도 한국 기술로 지어졌고 전세계에서 포기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호텔도 한국이 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국내에서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제는 규제를 강화하기보다 잘 갖춰진 건설안전 관련 제도와 법규를 발주처를 포함해 건설회사, 감리회사, 설계사무소, 관리감독청 담당자들이 정확하게 알도록 교육시키는 일이 중요합니다. '빨리빨리 대충대충'은 참사를 반복하게 만들 뿐이기에 정말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선진형 건설국가가 될 수 있습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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