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대형마트·백화점·상점에 대한 코로나19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적용을 일부 정지시켰다. 지난 4일 학원, 독서실, 스터디 카페 등 교육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한 데 이어 이번에도 일부 정지 결정이 나옴에 따라 “정부가 과도하게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한원교)는 조두형 영남대 의대 교수 등 1023명이 “대형마트·식당·카페 등 9개 업종에 적용되는 방역패스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14일 일부 받아들였다. 이번 결정으로 서울시내 연면적 3000㎡ 이상 상점·대형마트·백화점에 적용한 방역패스 효력이 정지된다.
아울러 12~18세 청소년에 대해서는 서울 전 시설에서 방역패스의 효력이 멈춘다. 18세 이상은 마트를 제외한 PC방·식당·카페·영화관·운동경기장 등 나머지 시설에서 방역패스가 그대로 유지된다. 재판부는 “마스크를 벗고 식사하는 식당과 카페 등은 감염 위험도가 높아 방역패스의 공익성이 인정된다”면서도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상점 등을 방역패스 대상에 포함한 것은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라고 판단했다.
정지 기간은 관련 본안 소송의 1심 판결이 선고된 후 30일이 되는 날까지다. 이번 결정은 서울시의 관련 고시에 대한 것으로 제한돼 다른 지역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법원은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에 대한 신청은 각하했다. 다만 법조계에선 이번 법원 결정을 근거로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4일 학원, 독서실, 스터디 카페 등 교육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도 일부 받아들였다. 1주일 만에 또다시 방역패스 효력정지 결정이 나옴에 따라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방역패스 정책은 학계 일각에서도 “과도하게 개인권을 제한하면서 실효성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방역패스가 적용된 10일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선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임산부와 방역패스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 고령자 등의 항의로 마찰이 빚어지기도 했다.
방역당국의 정책 집행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방역당국은 지난해 12월 6일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주요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패스를 적용한 뒤 오는 3월부터는 청소년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었다. 의료계에선 백신 접종의 유효기간을 180일로 제한해 3차 접종률을 끌어올리려는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오현아/김진성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