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다시 미사일 도발에 나섰다. 지난 11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지 사흘 만이자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북한은 미국의 새로운 대북 제재가 “명백한 도발”이라 주장하는 담화를 내놓은지 8시간여만에 도발을 감행했다. 미국이 지난 도발 당시 북한의 본토 타격 가능성까지 감안해 대비태세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한반도 정세가 급격하게 긴장국면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합동참모본부는 14일 오후 “평안북도 내륙에서 동쪽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2발을 포착했다”며 “군은 추가발사에 대비해 관련 동향을 추적 감시하면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군 당국은 미사일의 사거리와 고도 등 구체 제원을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방위성과 해상보안청도 이날 “북한에서 탄도미사일 추정 발사체가 발사됐다”며 동해, 동중국해, 북태평양 일대 선박들에 경계령을 발령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북한이 보름도 안 되는 기간 세 차례나 무력도발에 나선 것은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해인 2019년 이후 처음이다. 북한은 2019년 8월 한 달에만 2·6·10·16·24일 등 다섯 차례에 걸쳐 방사포와 일반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섰다.
하지만 올 들어선 지난 5일과 11일 두 차례에 걸쳐 서울 상공에 1분이면 도착하고 현재의 한·미 미사일방어망으로 사실상 요격이 불가능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했다. 도발의 강도는 오히려 커진 것이다. 특히 통상 이른 아침에 미사일을 발사하던 북한이 낮 시간대에 미사일을 발사하며 발사체 기동을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무력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도발은 북한이 미국을 향해 “기어코 이런 식의 대결적인 자세를 취해나간다면 우리는 더욱 강력하고도 분명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외무성의 경고성 담화를 내놓은지 8시간여만에 이뤄졌다. 북한은 “미국이 우리의 합법적인 자위권 행사를 문제시하는 것은 명백한 도발이고 강도적 논리”라며 “현 미국 행정부가 말로는 외교와 대화를 떠들지만 실지에 있어서는(실제로는) 대(對)조선 고립압살정책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도 덧붙였다. 이 담화는 전날 북한 국적 인사 6명 등 북한 정권의 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개인과 기업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금융 제재를 겨냥했다.
북한의 도발에 미국이 ‘제재 카드’를 꺼내고 북한이 이에 다시 반발하며 2018년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 이전의 미·북 악순환 구도로 회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1일 극초음속 미사일 발사를 ‘핵심 5대 과업’ 중 하나를 완수한 것이라 강조한 북한이 향후 나머지 과업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초대형 핵탄두 생산 등 고강도 도발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