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돼지심장 이식 받은 남자, 정체 알고보니…'발칵' [박상용의 별난세계]

입력 2022-01-14 11:25
수정 2022-02-10 00:01

지난주 미국에서 의료계 최초로 돼지 심장을 이식받은 남성이 34년 전 한 청년을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하반신 마비에 이르게 한 전과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해자 에드워드 슈마커는 하반신이 마비돼 20여 년을 휠체어에 의지해 살았다. 뇌졸중에 의한 인지 장애 등 여러 합병증을 앓다가 2007년 40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앞서 미국 메릴랜드대 의료센터는 지난 7일 시한부 환자 데이비드 베넷(57)에게 돼지 심장을 이식하는 수술을 했다. 동물의 장기를 사람 몸에 이식하면 즉각 거부 반응이 나타난다. 메릴랜드대 의료센터는 유전자를 조작한 돼지 심장을 사용해 거부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다. 베넷은 수술 이후 현재까지 건강하게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넷이 연루된 사건은 1988년 4월 30일 한 술집에서 벌어졌다. 술집에 들어선 베넷은 자신의 아내와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슈마커를 목격하고 분노했다. 급기야 흉기를 들고 뒤에서 다가가 슈마커를 아홉 차례 찔렀다. 당시 슈마커의 나이는 22세였다. 슈마커의 누이 레슬리 슈마커 다우니는 "이 사건은 부모님의 가슴을 평생 짓눌렀다"며 "그저 지옥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베넷은 구타, 불법 무기 소지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베넷은 배상금 2만9824달러를 지불하라는 법원 명령을 받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다우니는 주장했다.

NYT가 확인한 법원 기록에는 슈마커와 그의 가족이 의료비를 보상받기 위해 베넷을 고소했고, 그 결과 베넷으로부터 손해배상금 340만달러를 받았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다우니는 이에 대해서도 "베넷에게 어떤 돈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우니는 "베넷이 이런 첨단 수술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심장 이식 수술로 그는 생명을 얻었다"며 "그러나 슈마커는 19년간 매일 고군분투하며 살다가 갔다. 두 번째 인생의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베넷의 의료진들은 전과가 있는 환자라고 해서 최첨단 수술을 받을 자격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의료진들은 배경이나 환경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를 치료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는 얘기다.

메릴랜드대 의료센터 관계자는 "병원 문으로 들어오는 모든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게 우리의 엄숙한 의무"라며 "의사들은 환자를 고르지 않는다는 오래된 윤리 기준이 있다"고 했다. 또 "환자를 고르는 선(기준)을 긋는다면 어디에 그어야 하나. 그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아서 카플란 뉴욕대 그로스만의과대학 생명윤리학과 교수는 "베넷을 향한 분노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번 이식 수술은 최초의 이식 수술인데다가 매우 실험적이어서 실패할 가능성도 높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베넷이 다른 사람의 장기를 가져간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