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신장암·흑색종 등에서 ‘펙사벡’ 임상 순항”

입력 2022-01-14 07:39
수정 2022-01-14 07:40
전 경영진의 배임 혐의로 2020년 5월 주식거래가 정지된 신라젠이 거래 정지 이후에도 임상에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14일 신라젠에 따르면 회사는 대표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인 ‘펙사벡’에 대해 흑색종 전립선암 신장암 대상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펙사벡은 거래 정지 이후인 2020년 9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흑색종 대상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흑색종 중에서도 생존율이 매우 떨어지는 단계인 ‘IIB-IV’에서 펙사벡의 효과를 인정받았다는 설명이다.

호주에서는 전립선암 대상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전 보조요법으로 펙사벡을 투여하는 임상이다. 호주 로얄멜버른 병원 등에서 최대 3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다. 유효성이 확인되면 항암 바이러스의 활용 범위가 다양해질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신장암 임상은 가장 앞선 단계다. 이달 중 2a상의 환자모집을 마칠 예정이다. 신라젠은 2017년 미국 협력사 리제네론과 신장암 임상 관련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신라젠의 펙사벡과 리제네론의 면역관문억제제(ICI) ‘리브타요’를 병용 투여하는 방식이다.

임상에는 기존 ICI 치료에 불응했던 환자군이 포함됐다. 펙사벡은 20%에 불과한 ICI 반응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온다면 ICI와의 최적의 병용 치료제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란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리스팜과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흑색종 임상은 중국에서 시작해 첫 환자 투약을 마쳤다. 총 46명의 환자에 펙사벡이 투여된다. 리스팜의 ICI인 ‘소카졸리맙’과 펙사벡을 병용 투여한다.

세계 최초 상용화에 성공한 항암 바이러스 ‘임리직’도 흑색종을 표적으로 한다고 했다.

신라젠은 항암 바이러스 정맥투여 플랫폼 기술인 ‘SJ-600’을 보유하고 있다. 의약품 정맥 주사는 먹는(경구) 방식의 투여가 불가능한 약물을 전신으로 빠르게 전달하기에 쉽고, 투약이 간편하다는 설명이다.

항암 바이러스는 혈관을 타고 종양까지 이동하는 동안 혈액 안에 항바이러스 물질에 의해 제거되면서 항암 효능이 떨어진다. SJ-600은 바이러스 외피막에 혈중 항바이러스 물질을 회피하는 단백질을 삽입했다. 이에 정맥으로 투여해도 항암 바이러스의 생존율이 높고, 항암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SJ-600은 현재 특허 출원 단계다.

이와 함께 신라젠은 추가 파이프라인 확보를 위한 신물질 확보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라젠 관계자는 “글로벌 빅파마와 공동으로 임상을 진행 중으로,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거래정지 기간에도 임상 분야에서 흔들림 없이 투자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오는 18일까지 신라젠의 거래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김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