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코로나 사태로 어려우셨을 분들이 소상공인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정기적으로 나눔에 동참해준 가게가 400개가 됐으니 더욱 뜻깊습니다. 올해는 특히 김수환 추기경의 탄신 100주년인 만큼 나눔의 정신이 더욱 널리 퍼졌으면 좋겠습니다.”
우창원 신부(사진)를 처음 본 사람은 두 번 놀라게 된다. 190㎝는 족히 넘을 듯한 거구에 한 번, 그리고 온화한 목소리에 다시 놀란다. 그는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 정신을 이어받아 설립된 재단법인 ‘바보의나눔’의 살림꾼이다. 올해로 사무총장을 6년째 맡고 있다.
연말연시가 되면 우 신부는 평소보다 바빠진다. 모금통을 들고 성당마다 다녀야 하고, 정기후원자도 모집해야 한다. 지난달에는 소상공인들의 정기 나눔 캠페인인 ‘바보나눔터’가 시작한 지 3년 만에 400호점을 넘기기도 했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우 신부는 “코로나19로 어려운 한 해였음에도 소상공인들이 조금씩 보태주시는 마음이 가장 감사하다”며 “이들 가게에 붙은 바보의나눔 ‘노란 간판’을 보셨다면 김수환 추기경의 ‘나눔정신’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가 몸담고 있는 바보의나눔은 법정기부단체지만 국가로부터 지원을 한 푼도 받지 않는다. 천주교 교구 지원 역시 받지 않고 오로지 모금과 기부로만 운영되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한 바보나눔터도 그 일환으로 이뤄지는 사업이다.
우 신부는 “바보나눔터 1호점을 맺은 매장은 사실 저희와 전혀 모르던 가게였지만 기부 취지를 설명하니 사장님이 ‘좋은 일에는 빚을 내서라도 참여하겠다’고 말해주신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며 “어려워진 경기 탓에 1호점이 문을 닫은 건 참 아쉬울 따름”이라고 했다.
2년간 이어진 코로나19로 국내 경제는 적지 않은 타격을 받았다. 이로 인한 기부금 감소를 걱정했지만 시민들의 나눔은 끊이지 않았다. 작년 11월에는 익명의 한 기부자가 노후화된 사회복지시설에 써달라며 선뜻 5000만원을 바보의나눔에 기부하기도 했다. 우 신부는 “장기화된 코로나 때문에 크게 걱정했지만 작년 기부금은 줄지 않아 다행이었다”고 했다.
그런 만큼 시민의 온정을 더욱 값진 곳에 나눠주겠다는 게 우 신부의 다짐이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곳에 더욱 나눔을 베풀겠다는 계획이다. 우 신부는 “마스크를 기부하는 사람이 많지만 유아용 마스크는 수가 적어 지방에는 이를 구비하지 못한 취약계층이 여전히 있다”며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여성 가장, 보호종료 청소년에 대한 지원 확대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는 김수환 추기경의 탄신 100주년으로 바보의나눔엔 더욱 특별한 해이기도 하다. 우 신부는 “김 추기경님을 그리워하는 것뿐만 아니라 나눔의 정신을 사회적으로 널리 퍼뜨릴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며 “추기경님이 늘 말씀하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