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3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대선을) 완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3자 구도, 4자 구도에서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윤 후보가 내놓을 대선 공약에 대해선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우선하는 방향의 공약으로 획일적인 민주당 구호와 차별화될 것”이라며 “조만간 혁신적인 교육 공약도 내놓겠다”고 했다. 그는 “남은 대선의 핵심 변수는 네거티브 내용 자체보다 네거티브 공세에 대한 윤 후보의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대형 SOC 공약 대신 2030 공략이 대표는 이날 국회 당대표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선거 판세와 향후 선거 전략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윤 후보의 대표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후보는 개인의 자유와 창의성을 우선하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며 “선거 과정에 구체적인 표어가 나오겠지만 획일적이고 일원화된 민주당과는 분명히 차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교육 부문이 가장 활발하게 준비되고 있는 분야”라고 귀띔했다.
선거 정책 방향과 관련해선 ‘세대포위론’을 거론하며 “보수정당이 ‘세대’라는 얘기를 꺼낸 사실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보수정당이라면 으레 내놓는 영호남 통합,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공약 등 과거 선거 캠페인과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세대포위론은 야권이 2030세대와 6070세대에서 지지율 우위를 확보, 4050세대의 지지율 열세를 만회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인상 등 최근 2030을 향한 국민의힘 공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표는 “당내 갈등이 봉합된 후 온라인상 여론은 우리 후보가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감독이 바뀌면 같은 팀이라도 전략과 전술이 확확 바뀐다”며 “앞으로 (국민의힘 전략은) 투수전(수비)이 아니라 타격전(공격)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대표는 남은 대선 레이스의 변수를 묻는 질문에 “TV 토론은 전혀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신 “(민주당의) 네거티브 공세가 거세질 것”이라며 “사안의 경중보다 사안을 대처하는 자세와 방식이 중요하다”고 했다. 윤 후보가 배우자인 김건희 씨의 각종 경력 부풀리기 의혹 검증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과정에서 지지율이 하락한 것을 에둘러 표현했다는 해석이다. 윤 후보를 향해선 “개인과 가족의 명예가 걸린 청문회가 아니고 선거를 어떻게든 이겨야 하는 보수 진영의 단일 후보라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며 “다소 억울한 지점이 있어도 낮은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권 단일화 무산 가능성 대비해야”이 대표는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는 “단일화를 하면 맹목적으로 (양측 지지율이) 산술합이 될 것이라는 건 가볍게 보는 시각”이라며 “과거 안 후보가 단일화하는 과정에서 파열음이 없었던 적이 없었고 (단일화 이후 지지율이) 결국 산술합으로 나오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꼬집었다. 안 후보의 대선 완주 가능성에는 “완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완주한다고 해서 저희한테 실(失)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안 후보가 이 후보와 윤 후보의 지지율을 동시에 뺏어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정치권에선 결국 야권 단일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는 전망에 대해서도 즉각 “저는 아닐 거라고 본다”고 답했다. 이 같은 발언은 평소 “단일화 효과는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안 후보가 대선을 완주할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 대표는 ‘이 후보와 윤 후보, 안 후보 간 3자 구도’ 전망을 묻는 질문에도 “3자 구도, 4자 구도로도 이길 수 있는 후보가 돼야 한다”며 “단일화해야만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리더십을 향한 당내 비판에 대해선 “선거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당내 비판 의견을 잘 수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에는 “한 조직의 최고 수장 결단은 때로는 고독할 수 있다”고 했다. ‘당내 지지 세력이 없다’는 질문엔 “리더십의 요체는 선거 승리”라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승리하자 김종인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성토가 쏙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대표가 된 후 가장 후회하는 대목으로는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갈등을 꼽았다.
좌동욱/성상훈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