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B PE "하이브는 빅데이터 기업"…'기업 보는 눈' 남달라 투자 잭팟

입력 2022-01-13 17:28
수정 2022-01-21 18:45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LB프라이빗에쿼티(LB PE)는 올해 기념비적인 기록을 세우게 됐다. 올 상반기 청산되는 블라인드펀드의 내부수익률(IRR)이 80%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약 2년여간 투자해 두 배 넘게 벌어들인 것. 국내 세컨더리 사모펀드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BTS의 빅데이터에 주목
LB PE는 2017년 1210억원 규모의 세컨더리 투자 전문 블라인드펀드를 만들었다. 남동규 대표(사진)가 대표펀드매니저를 맡았다. 세컨더리 투자는 창업주나 경영진 등이 가지고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게 아니라 이미 PEF 등이 투자한 지분을 되사들이는 방식이다. “다른 PEF가 투자 지분을 파는 것은 기업 가치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것인데 이를 웃돈을 주고 다시 사들이는 것은 위험하지 않으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LB PE는 “남들과 다른 시각을 가지고 추가 성장 가능성을 파악하는 게 노하우”라고 강조했다.

이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가 첫 투자처인 하이브였다. 2017년 9월 189억원을 투자해 다른 벤처캐피털(VC) 등이 들고 있던 지분을 사들였다. 당시 하이브 기업 가치는 2500억원으로 책정됐다. 하이브 몸값이 이미 6개월여 만에 몇 배 뛰다 보니 VC 등 기존 투자자들은 자금 회수에 들어간 시점이었다. LP PE가 뒤늦게 들어가자 “무모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특정 아이돌(BTS) 의존도가 높은 연예 기획사의 기업 가치가 그 이상 뛰기는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LB PE는 하이브를 연예 기획사가 아니라 ‘빅데이터’ 기업으로 봤다. 남 대표는 “팬클럽 ‘아미(ARMY)’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데이터가 회사 성장을 도울 것으로 판단했다”며 “방시혁 의장을 비롯한 경영진이 이런 데이터를 기반으로 팬덤이 원하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능하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예상은 적중했다. BTS는 아미의 남다른 충성도를 바탕으로 영향력을 가파르게 확대해나갔다. 하이브의 가치는 8개월 만에 25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LB PE가 투자를 통해 얻은 IRR은 385%에 달했다. “새로운 시각으로 기업 분석” 2차전지 양극활물질 제조기업인 에코프로비엠도 이 펀드가 대박을 치는 원동력이 됐다. 다른 사모펀드가 지분을 팔려고 내놨지만 사겠다는 곳이 별로 없었다. LB PE는 2017년 12월 이 지분이 시장에 나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210억원을 들여 매입했다. 이 회사가 니켈 함량이 80% 넘는 ‘하이니켈’ 양극재 기술을 보유한 데 주목했다.

당시만 해도 하이니켈을 활용한 배터리는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남 대표는 회사의 방향성이 향후 2차전지 시장의 트렌드와 맞아떨어진다고 확신했다. LB PE는 에코프로비엠이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2020년 초 투자금을 회수해 IRR 51.5%의 성과를 거뒀다.

남 대표는 “같은 회사를 두고도 본질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평가)이 달라진다”며 “실사를 통해 회사 경영진을 수없이 만나면서 숨은 가치를 발굴해내는 게 운용사의 실력”이라고 말했다.

LB PE는 올해 소수 지분 투자를 넘어 바이아웃(기업 경영권 인수)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발판은 마련돼 있다. 지난해 폐윤활유 정제처리 기업 클린코리아와 선박용 변압기 제조사 KOC전기를 연달아 인수했다. 클린코리아는 다른 펀드를 통해 보유 중인 동종 기업 덕은인터라인정유와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두 회사가 합쳐지면 시장 점유율이 20%대까지 올라간다. LB PE는 올해 바이아웃에 집중하는 블라인드펀드도 추가로 결성할 계획이다. 규모는 최대 5000억원을 목표로 잡고 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