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北 극초음속미사일 도발에 '제재 맞불'… 美·北 강대강 치닫나

입력 2022-01-13 15:33
수정 2022-02-12 00:01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연이은 극초음속 미사일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대북 제재를 전격 단행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도 추가적인 대북 제재를 요청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무력도발을 겨냥해 제재를 부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이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자 그동안 대화와 관여에 대북 정책의 방점을 찍던 바이든 행정부가 제재와 압박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급격히 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실(OFAC)은 12일(현지시간) 북한 미사일 개발에 관여한 북한 국적의 오영호, 최명현, 심광석, 변광철, 김성훈, 강철학, 러시아 국적의 로만 아나톨리비치 알라르 등 개인 7명, 러시아 기업 ‘파르세크’를 특별지정대상(SDN)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러시아와 중국 등지에서 북한의 미사일 연구·개발을 주도해온 국방과학원 등에 소속돼 활동하며 미사일 개발 관련 물품·소프트웨어 등을 조달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적절한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정부는 북한의 연속적인 미사일 도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대화에 초점을 맞췄다. 통일부 관계자는 “미 국무장관 명의의 성명에서도 대북 제재 지속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대화와 외교 지속하겠다는 입장이 반영됐다”며 미국이 대화의 끈을 놓치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의 무력도발에 ‘대북 제재’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이영길 북한 국방상 등을 제재 명단에 올렸지만 당시엔 ‘인권 탄압’이 명분이었다. 특히 미국은 독자 제재 뿐 아니라 유엔 안보리를 통한 다자(多者) 제재에도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미국은 북한이 지난해 9월부터 6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데 대해 유엔 (추가 대북)제재를 제안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신규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중국은 지난 10일 북한 미사일 관련 대응을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긴급회의 뒤 “과잉반응을 하지 말고 대화를 해야 한다”고 밝히며 안보리 차원의 대북 제재에 사실상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북한과의 대화에 초점을 맞췄던 바이든 행정부가 전격적으로 독자·다자 제재를 모색하고 나서며 향후 미·북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북한이 한·미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할 수 있는 극초음속미사일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미국의 위기감도 커졌다는 분석이다. 미 연방항공청(FAA)은 지난 11일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9·11 테러 당시와 같이 서부 지역 일부 공항의 항공기 이륙을 금지하기도 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