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사고를 일으킨 HDC현대산업개발에 시장이 등을 돌리고 있다. 붕괴 사고가 발생한 화정 아이파크 입주예정자들 사이에서는 전면 철거 요구가 나오는가 하면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들어간 재건축 현장에서는 시공사 변경을 위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13일 이용섭 광주시장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전화 출연해 광주 화정 아이파크에 대해 "철거 후 재시공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시에서) 개입하겠다. 인허가를 내준 서구청과 협의해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 그런(철거 후 재시공) 조치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이 광주 화정 아이파크 철거를 거론한 것은 입주 예정자들의 불안 때문이다. 붕괴 사고가 벌어진 뒤 광주 화정 아이파크 입주 예정자들 사이에서는 건물을 철거하고 다시 지으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광주 화정 아이파크는 1단지 3개동 389가구와 2단지 3개동 316가구 등 705가구, 오피스텔 142실로 구성돼 오는 11월 입주 예정이었다. 1단지와 2단지로 나뉘었을 뿐, HDC현대산업개발에서 동일하게 공사했으니 붕괴된 2단지 201동 이외 나머지도 안전성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게 입주예정자들의 주장이다.
현실적인 대안은 철저한 안전진단을 진행해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지만, 일부 입주예정자들은 전면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한 입주예정자는 "광주에서 분양가가 가장 비싼 아파트였다. 돈은 돈대로 받아놓고 건물이 무너질 정도로 허술하게 지었는데 어떻게 믿고 살겠느냐"고 비판했다.
2019년 분양한 광주 화정 아이파크는 평균 경쟁률이 67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얻은 바 있다. 광주 유스퀘어와 신세계 백화점, 이마트를 끼고 있는 광주 중심 입지에 세워지는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를 표방했기 때문이다. 3.3㎡당 분양가도 2단지는 1631만원, 1단지는 1635만원으로 당시 광주에서 가장 비싸게 공급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을 믿지 못하겠다며 시공사 변경에 나선 곳도 있다. 광주 지역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광주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과 맺은 시공사 계약 해지를 추진하고 있다. 시공사 변경을 요구하는 조합원 요구가 쏟아진 탓이다.
운암3단지 재건축사업은 광주 북구 운암동 일대에 지하 3층~지상 29층 37개동, 3214가구 대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2015년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 한화건설 3개사 컨소시엄이 시공사로 선정된 바 있다.
조합은 해당 컨소시엄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을 제외하거나, 제외가 불가능하다면 컨소시엄 자체를 바꾼다는 입장이다. 조합은 이를 위한 법적 자문을 의뢰했고, 조만간 총회를 열어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재건축 단지들의 HDC현대산업 퇴출 움직임은 경남 창원에서도 감지된다. 창원 신월2구역(신월주공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조합은 현산을 시공사로서 신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월2구역 재건축사업은 창원시 의창구 신월동 일대에 지하 2층∼지상 33층, 12개 동 1566가구와 부대 복리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오는 3월 착공해 2024년 8월 준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될 예정인데, 2019년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조합은 "붕괴사고는 철거와 신축 아파트를 짓는 과정에서 발생하지 않아야 할 사고"라며 "무엇으로도 조합원을 설득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안전사고 방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제출해 달라"고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요구했다. 그러면서 "내달 있을 관리처분계획인가 총회 때 최고경영진이 직접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단지 재건축 조합원 A씨는 "이번 사고로 이정도의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됐다면 지금이라도 시공사를 변경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시공을 진행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했다.
오세성 /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