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임플란트 횡령범, 엔씨소프트 '슈퍼개미'였다

입력 2022-01-13 00:24
수정 2022-01-13 00:25
오스템임플란트의 회삿돈 수천억원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한 재무팀장 이모씨(구속)가 작년 말 약 3000억원어치의 엔씨소프트 주식을 사들인 ‘슈퍼개미’와 동일 인물인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이씨를 수사 중인 경찰은 그가 은닉했던 금괴를 모두 찾아냈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1월 11일 엔씨소프트 주식 70만3325주를 매수하고 21만933주를 매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순매수 금액만 3000억원대로 추산된다. 당시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개인투자자 1명이 엔씨소프트를 대량 매수했다는 사실이 공시됐는데, 이씨가 그 주인공이었다는 점이 뒤늦게 드러난 셈이다.

이씨의 대규모 투자는 엔씨소프트가 NFT(대체불가능토큰) 사업에 진출하겠다고 선언한 날에 이뤄졌다. 이씨의 기대대로 이날 엔씨소프트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으며 78만6000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불과 2거래일 만에 엔씨소프트 주가는 66만원대로 고꾸라졌다. 이에 이씨는 작년 11월 15일 400억원대 손실을 감수하고 엔씨소프트 주식 53만 주를 순매도했다.

앞서 이씨는 작년 10월 반도체 장비회사 동진쎄미켐 주식 1400억원어치를 사들이기도 했다. 그는 당시 동진쎄미켐 주식 391만7431주를 순매수했다. 주당 취득 단가는 3만6492원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수익을 내지 못했다. 그는 작년 11월부터 여섯 차례에 걸쳐 동진쎄미켐 주식을 1112억원에 처분해 약 300억원의 손실을 봤다. 이씨는 회삿돈을 빼돌려 동진쎄미켐, 엔씨소프트 등 주식투자에 나섰지만 연거푸 손해만 본 것이다.

한편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날 이씨 여동생 소유의 집에서 1㎏짜리 금괴 100개를 발견하며 이씨가 횡령금으로 구매했던 금괴 855개를 모두 찾아냈다. 경찰은 지난 5일 이씨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금괴 497개를 압수했다. 전날 경기 파주에 있는 이씨 아버지 집에서 금괴 254개를 추가로 압수했다. 나머지 금괴 4개는 한국금거래소에 있다. 경찰은 또 서울 강서구에 있는 오스템임플란트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이씨의 범행 경위와 공범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이씨의 동료 직원 5명도 조사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