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부품 안쓰면 고장?" 거짓 광고한 현대차에 경고 조치

입력 2022-01-12 17:41
수정 2022-01-12 18:12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자동차를 수리할 때 실제 성능 차이가 없음에도 '자사 순정 부품'과 '비순정부품'을 구분한 뒤 비순정부품을 쓰면 고장이 날 수 있다고 거짓 광고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자사 순정부품의 성능 등에 대해 거짓·과장 광고를 한 현대차와 기아에 경고 조치를 한다고 12일 발표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2012년 9월∼2020년 6월 그랜저, 쏘나타, K3 등의 차량을 판매하면서 취급설명서에 '차량에 최적인 자사 순정부품을 사용해야만 안전하고, 최상의 성능을 유지할 수 있다', '비(非)순정부품의 사용은 차량의 성능 저하와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 등의 문구를 적었다.

공정위는 이 같은 표시가 마치 순정부품 이외의 모든 부품의 품질이나 성능이 떨어지고 사용에 부적합한 것처럼 표현한 것으로 거짓·과장 표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쓰는 순정부품은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하청업체로부터 납품을 받아 공급하고 있다. 그 외의 모든 부품은 비순정부품으로 불린다. 비순정부품에는 현대모비스에 납품하는 업체의 제품이 포함되는 점을 고려할 때 같은 업체에서 생산한 동일 성능의 제품에도 '비순정' 딱지르 붙였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소비자들에게 순정부품 구매를 유도해 큰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참여연대는 2019년 에어컨 필터, 전조등 등 6개 항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순정부품과 규격품이 유사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최대 5배에 달하는 가격 차이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공정위는 현대차와 기아에 경고 조치를 결정한 이유로 2000년대 초 수입산 가짜 부품이 사회적인 문제가 되자 소비자에게 비순정부품의 사용에 대한 주의를 촉구하기 위해 해당 표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다른 국내 사업자들도 유사 표시를 사용하고 있는 점, 2018년 11월 이후 출시된 신차종의 취급설명서에는 해당 표시를 삭제한 점 등도 이유로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공정위가 봐주기 조사를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짓광고 혐의가 명확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가장 낮은 제재 수준인 경고에 그쳤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공정위 결정을 존중하며, 앞으로도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며 "공정위 조사 전 대부분 (시정) 조치를 했음에도 실수로 빠진 부분은 조속히 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