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한의원을 만들고 싶습니다.”
충남 천안에서 한의사로 일하던 1995년생 강경모 씨는 최근 개발자로 진로를 전환했다. 비대면이 일상화되고 디지털 기술이 도처에 떠오르면서 ‘코딩을 배워야 산다’는 생각이 강해져서다. 주체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능동적 업무’라는 것이 그가 꼽은 개발자 장점이다.
사진작가의 길을 걷던 1991년생 황상섭 씨도 코딩을 배우고 있다. 한양대에서 일본어를 전공한 그는 졸업 후 서울 강남의 한 사진 스튜디오에서 실장으로 4년간 일했다. 국립국악원, 쇼핑몰 ‘스타일난다’ 등에서도 촬영 포트폴리오를 착실히 쌓았다. 이제는 일이 끊기지 않을 정도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그는 개발자로 돌연 진로를 틀었다. 황씨는 “개발자 업무는 기본적으로 사진작가의 예술과 비슷하다”며 “무에서 유를 창조하고, 창작성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자아실현이 훨씬 더 쉽다”고 말했다. 도전 즐기는 전문직 MZ들
MZ(밀레니얼+제트)세대의 ‘코딩 배우기’ 열풍이 거세다. 전문 분야를 이미 구축한 이들까지 개발자가 되기 위해 도전하고 있다. 강씨와 황씨는 고용노동부의 ‘K-디지털 트레이닝 훈련(KDT)’ 과정을 수료한 뒤 진로를 재설정했다.
사설 코딩 강의와 마찬가지로 6개월간 프로젝트 3건을 완성하는 ‘실전 수업’이다. 코딩 교육업체 엘리스가 이 과정 콘텐츠를 만들었다. 예전엔 대학생과 일부 직장인 정도가 참여했지만 지난해부터 전문 경력을 가진 MZ세대가 몰리기 시작했다.
1995년생 김태호 씨는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간호사 출신이다. 김씨는 코딩을 배우는 이유에 대해 “기계적 업무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 일은 매뉴얼이 정해져 있는데 개발자는 나만의 생각을 갖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간호사의 전문성을 살려 홈트레이닝 서비스 개발을 꿈꾸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서 논문 관리 업무를 하던 최윤성 씨(32)는 데이터 분석가를 희망한다. 그는 하루 꼬박 10건 이상의 과학기술 논문 데이터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그러다 독립적인 데이터 분석 전문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최씨는 “주변에 전문 자격증을 갖고도 개발자가 되려는 친구들이 흔해져 코딩 배우기가 이젠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전 과정’ 각광…업체들은 ‘대목’‘전문가 출신’인 MZ세대는 이론 위주의 대학 컴퓨터공학과 수업보다 실전 수업을 선호한다. 사설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코딩 스타트업들이 최근 ‘대목’을 맞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팀스파르타, 엘리스 등 국내 코딩 교육시장의 주요 스타트업은 나란히 ‘매출 100억원’ 고지를 넘어섰다. 직무 전환을 노리는 MZ세대 경력자들이 앞다퉈 수강하면서다.
2019년 창업한 팀스파르타는 설립 2년 만인 지난해 매출 105억원을 달성했다. 직전 연도 대비 500% 이상 성장했다. 비전공자 직장인 대상 교육 서비스인 ‘스파르타코딩클럽’과 개발자 양성 과정 ‘항해99’가 입소문을 타며 실적이 확 뛰었다. 올해 매출은 3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엘리스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는 엘리스 역시 지난해 매출 11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이 2.4배가량 늘었다. 누적 수강생은 약 20만 명으로, 2년 만에 5배 이상 급증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