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시 라스베이거스는 스페인어로 ‘초원’이라는 뜻이다. 1700년대 스페인 무역상은 황량한 사막에서 미래의 초원을 그렸다. 오늘날 라스베이거스는 초원을 넘어 ‘사막의 기적’이라 불리는 도시가 됐다. 매년 초 이 도시에 세계 혁신 기업들이 모여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간다. 바로 CES에서다. 지난주 CES가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돌아왔다. 지난해 CES는 온라인으로 개최됐지만, 올해는 지난 5일부터 사흘간 온라인과 함께 라스베이거스 전시장에서 열렸다. CES는 세계 혁신 기업들이 참여해 첨단 기술을 뽐내는 자리다. 명실상부한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다.
CES의 주제를 보면 기술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올해 CES의 슬로건은 ‘일상을 넘어(Beyond the Everyday)’로 디지털헬스, 모빌리티, 스마트홈, 메타버스 등의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 먼저 디지털헬스 산업이다. CES 역사상 최초로 헬스케어 기업이 기조연설을 했다. 팬데믹으로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것을 반영했다. 질병 진단, 맞춤형 치료 등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하는 움직임은 더 커질 전망이다. 디지털 헬스케어는 미래의 먹거리다.
최근 몇 년간 미래 모빌리티 분야가 CES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이제 CES는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로 불릴 만큼 모빌리티 영역이 커졌다. 전기차 및 자율주행기술 분야와 더불어 드론택시, 무인비행기, 소형 우주비행체 등이 선보였다. 모빌리티는 더 이상 과거의 단순한 자동차 제조 산업이 아니라 인공지능 등 미래 기술이 총망라된 집약체였다.
가전과 스마트홈 분야도 여전히 관심 대상이었다. 주거환경에 IT를 융합한 가전, 스마트홈 분야는 점점 더 개인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제품으로 진화하고, 소비자들은 직접적인 경험을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비대면·재택 환경에 대응하는 스마트 가전제품과 함께 수면·영유아 등 라이프케어 관련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증대될 것이다.
이번 CES에는 세계 2300여 개 기업이 참가했는데, 한국은 주최국인 미국(약 1300개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502개사가 참가했다. KOTRA는 관계기관들과 손잡고 78개 중소기업이 참가하는 통합한국관을 꾸렸다. 우리 중견·중소기업의 기술력이 돋보였다. 올해 CES 혁신상에 우리 기업은 27개 품목 중 16개 품목에서 152개 제품에 대해 수상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중견·중소기업 제품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창조성은 전염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CES에서 혁신 기업들은 창의성을 확산하며 미래에 대한 더 나은 답을 찾고 있다. 그 현장에서 혁신 기술로 높은 평가를 받은 우리 기업들이 자랑스럽다. 무거운 책임감이 느껴진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미래를 위해 도전하는 우리 기업들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