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로 겨우 집 한 채 마련했는데…" 강북 집주인들 속탄다

입력 2022-01-12 09:13
수정 2022-01-12 10:31

지난해 사상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서울 아파트값이 주춤한 가운데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강남 지역에서는 신고가가 꾸준히 나오면서 강보합세를 보이는 반면, 강북에서는 하락 거래가 속출하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등록 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반포힐스테이트' 전용 84㎡는 지난달 34억원에 팔리며 신고가를 기록했다. 직전 거래인 지난해 3월 28억3000만원에 비해 5억7000만원 올랐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2차’ 전용 160㎡도 지난달 60억2000만원에 손바뀜되며 직전 거래보다 2억2000만원 상승했다. 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 전용 195㎡도 70억원에 거래되며 고점을 높였다.

강남 지역의 상승세는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0.03% 오르며 전주 대비 상승폭을 0.01%포인트 줄였다. 권역별로 보면 강남권역이 0.04% 오르며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했고 강북권역은 0.01%로 보합세를 보였다.

강남권역 11개구와 강북권역 14개구를 살펴보면 차이는 더 도드라진다. 강남권역은 서초 0.07%, 강서·구로 0.06%, 강남·동작 0.05%, 송파·양천 0.03% 등 대부분 집값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하락한 곳은 없고 제자리 걸음은 한 곳도 금천·관악 두 곳에 그쳤다.

강북권역의 상승세를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0.05% 오른 용산과 0.03% 오른 노원·중랑을 제외한 11개구가 보합 수준이거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중구·서대문·마포가 0.01% 올랐고 성동·광진·동대문·성북이 0.00%로 변동이 없었다. 강북·도봉·은평은 0.01% 하락했다. 은평은 3주 연속, 강북과 도봉은 2주 연속 하락이다.


강남과 강북의 차이는 지난 1년 간 상승률에서도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은 지난 1년 사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6.54% 상승한 것으로 집계했는데, 이 기간 강북권역은 6.06% 오른데 비해 강남권역은 6.96% 올랐다.

이 기간 강북권역에서 상승을 견인한 곳은 노원(9.80%), 마포(7.56%), 용산(6.72%), 성북(5.55%), 은평(5.48%) 등이다. 강남권역에서는 송파(8.91%), 서초(8.90%), 강남(8.57%), 동작(7.00%), 강서(6.52%) 등이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강북권역이 강남권역보다 덜 올랐음에도 먼저 떨어지기 시작한 셈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러한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의 규제로 재건축·재개발이 멈춘 탓에 강남 재건축 단지의 희소성이 높아져 '똘똘한 한 채' 수요가 강남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대출 규제도 강북권 집값 상승만 억제해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대출창구를 틀어막아 서민들은 아파트를 매수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금 부자들만 '똘똘한 한 채'를 담는 형국이 됐다"고 지적했다.

심화되는 양극화는 아파트 평균값 격차에서도 드러난다.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5월 평균 아파트값이 가장 비싼 지역은 11억2266만원인 강남구였고 가장 낮은 곳은 3억1076만원인 노원구였다. 당시 서울 아파트 최고가 지역과 최저가 지역의 가격 차이는 8억1189만원이었다. 이 가격 차이는 △2018년 12월 11억2886만원 △2019년 12월 12억6782만원 △2020년 12월 13억3276만원 등 점차 벌어지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는 16억3831만원까지 늘었다.

이와 관련해 심형석 우대빵부동산연구소장은 "15억원 넘는 아파트는 대출이 나오지 않는데, 바꿔 말하면 이미 대출 규제에서 자유로운 시장인 셈이다. 강남에서 신고가가 이어지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