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서도 활성화될 것"…급성장하는 BNPL 시장[한경 엣지]

입력 2022-01-12 01:46
수정 2022-01-12 06:35

글로벌 결제 시장에서 BNPL(선구매 후결제·Buy Now, Pay Later)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BNPL이 단순 소매 결제에서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서도 활용되고, 국가 간 결제수단으로 부상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BNPL은 당장 수중에 돈이 없더라도 물건을 살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외상 서비스다.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하면 BNPL 업체가 먼저 가맹점에 대금을 치른다. 소비자는 BNPL 업체에 일정 기간 돈을 나눠 내면 된다. 신용카드와 달리 소비자가 할부 결제에 따른 수수료를 부담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BNPL 업체는 어떻게 돈을 벌까? 가맹점으로부터 5~6%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약 2~3% 정도인 카드 가맹점 수수료보다 높다. 하지만 BNPL은 신용카드에 비해 진입 문턱이 낮다.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해 카드를 발급받지 못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주부 등도 BNPL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BNPL을 이용해 절대적인 판매액 자체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가맹점들도 비교적 높은 BNPL 수수료를 기꺼이 감수할 수 있다.

BNPL 업체 어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BNPL을 이용해본 응답자의 45%는 BNPL 서비스가 없었다면 물건 구입 시기를 미뤘을 것이라고 답했다. BNPL이 편리함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이 지갑을 바로 열게 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와 달리 신용카드가 활성화되지 않은 미국과 유럽, 호주 등에선 이미 BNPL이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BNPL 업체의 몸값도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2 등은 작년 6월 클라르나에 7000억원대 투자를 단행했다. 어펌은 아마존과 손을 잡았다. 애프터페이는 작년 미국 핀테크 기업 스퀘어에 인수됐는데 금액은 약 약 33조원에 달했다. 물론 클라르나와, 어펌, 애프터페이 등 빅3 BNPL 업체 모두 현재 적자 상태이긴 하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는 미국의 후불결제 시장이 작년 550억달러에서 2024년 1140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양적 성장 외에 질적 성장도 꾀할 전망이다. 먼저 BNPL이 국경을 넘나드는 결제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페이먼트닷컴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객의 54%는 BNPL 옵션이 있다면 다른 국가에서 물건을 살 의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포브스의 칼럼에선 부동산 산업에서 BNPL이 널리 사용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집주인은 집세를 한꺼번에 받는 이점이 있고 세입자는 임대료의 절반 가량을 한번에 내고 나머지는 할부로 내는 등의 방식으로 BNPL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BNPL이 수백달러에 달하는 보석류 구입을 쉽게 결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고액 결제 시장에서 BNPL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BNPL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국의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작년 말 주요 BNPL 업체들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BNPL이 과소비를 부추겨 연체율 급증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과 BNPL 업체들이 고객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우려 등을 들여다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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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