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잘하면 성과도 좋네…뭉칫돈 몰렸다

입력 2022-01-11 15:23
수정 2022-01-11 15:24
한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는 ‘빛 좋은 개살구’란 비판을 받았다. 명분은 좋으나 투자 성과로 잘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엔 ESG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ESG 평가가 좋은 기업의 성적도 우수했다. 이에 따라 지난 한 해 전 세계 ESG 관련 상품에 역대 최대 규모 자금이 몰렸다. 증권가에선 앞으로도 이런 움직임이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11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에 따르면 지난 한 해 MSCI ACWI ESG 리더스 지수 상승률은 15.7%(지난해 12월 21일 기준)였다. 이 지수는 전 세계에서 ESG에 앞장선 기업들을 두루 모아 추종한다. 최근 10년간 연간 상승률로 보면 2019년(24.73%), 2013년(21.91%), 2017년(20.67%)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MSCI ACWI 스탠더드 지수와 비교한 성과로 보면 최근 10년 중 가장 좋았다. 전 세계 주요 기업을 묶어 지수화한 ACWI 스탠더드 지수는 지난해 13.95% 올랐다. ESG 리더스 지수가 1.75%포인트 더 앞선 것이다. 과거 10년 동안 ESG 지수가 가장 큰 폭으로 앞선 것은 2013년 1.66%포인트였다.

ESG 관련 종목의 성과가 두드러지자 관련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활발했다. 금융정보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속 가능성을 테마로 한 펀드에는 지난해 1~9월 5080억달러의 자금이 들어왔다. 사상 최대 규모다. 해당 테마 펀드의 운용자산은 2020년 9월 말만 해도 2조달러를 밑돌았는데, 지난해 9월 말엔 3조9000억달러로 불었다.

한국 역시 지난해는 ESG 투자 원년이라고 불릴 만한 해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12월 21일 기준) 국내 주식형 ESG 펀드에는 9706억원의 자금이 모였다. 최근 5년간 ESG 펀드에 모인 자금이 1조3000억원 수준이었음을 감안하면 지난해 자금 유입이 집중된 것이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본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ESG는 기업에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가 됐다”며 “앞으로 ESG 관련 종목이 시장에 계속 상장할 것으로 보이고 상장지수펀드(ETF) 등 다양한 자산이 등장하면서 자금 유입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