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 최초의 골든글로브 수상자인 ‘깐부 할아버지’ 오영수(78). 그는 1967년 극단 광장에서 연기를 시작한 뒤 반세기 넘게 연극 무대를 지켜오고 있다. 그가 연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는 것은 기력과 호흡이다. 기력은 정신과 육체의 힘을 뜻한다. 호흡은 말과 말 사이에 있는 침묵의 언어까지 내공으로 살려내는 힘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 그가 택한 운동은 평행봉과 걷기다. 평행봉은 10대 때부터 6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아침 6시20분쯤 집에서 나와 20분 거리의 남한산성 초입에 도착한 뒤 평행봉 운동을 50회씩 한다. 젊어서 이사를 자주 다닐 때도 동네에 평행봉이 있는지부터 살폈다고 한다.
평행봉 운동은 어깨·팔·가슴의 근육과 신경을 강화한다. 호흡 작용과 혈액 순환을 돕고 주의력과 침착성까지 길러준다. 연기에 도움이 된 적도 있다. 2016년 ‘장판’ 공연 때, 연출자가 극중 도둑의 아침 체조를 평행봉 장면으로 바꿔줬다. 관객들은 예기치 못한 ‘평행봉 선수’의 기량에 환호했다.
그는 하루에 1만 보씩 부지런히 걷는다. 공연장인 서울 대학로까지 오고 갈 때 도보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경기 성남 집에서 왕복 세 시간 거리, 지하철로 이동하며 대사를 외울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이런 운동 덕분에 10년 전 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하고도 건강을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평행봉과 걷기 운동은 우리 몸의 균형감각을 키워준다. 체중과 중력, 팔과 다리의 수직·수평 에너지까지 조절하게 해준다. 이렇게 탄탄한 기력 위에 완급을 조절하는 호흡을 더하면 연기의 차원이 달라진다. “멋 부리지 않는 연기” “조미료 안 치는 배우”라는 찬사가 여기에서 나왔다.
그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받고도 “내일 연극이 있다. 그 준비가 더 중요하다”며 인터뷰를 극구 사양했다. 현재 신과 인간의 문제를 다룬 연극 ‘라스트 세션’(대학로 TOM 1관)에서 정신분석학 창시자 프로이트 역을 맡고 있다.
올해 연기 인생 56년째를 맞은 그는 “미수(88세)까지 내가 좋아하는 평행봉으로 체력을 단련하며 무대에 서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200편 넘는 작품에 출연한 그가 앞으로도 지금의 기력과 호흡을 유지하면서 더 멋진 작품 세계를 펼쳐 보이길 기대하고 응원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