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 횡령' 부친·아내·여동생·처제까지…가족 공모 가능성

입력 2022-01-11 16:33
수정 2022-01-11 16:34

회사 자금 2215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오스템임플란트 직원 이모(45)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씨의 아버지와 배우자, 처제를 형사 입건하며 가족의 공모 가능성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씨의 아내와 처제는 이미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고, 전날 사측이 이씨의 여동생과 처제 남편 등을 고소함에 따라 이씨 가족 중 입건된 사람은 총 5명으로 늘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서경찰서는 이씨의 아버지와 아내, 처제 등 3명을 형사 입건해 범행 공모 여부, 범죄수익 은닉 혐의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수익을 감추는 것도 횡령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며 "전체적인 범행 가담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전날 경기도 파주에 있는 이씨 아버지의 주거지를 4시간 넘게 압수수색해 1kg짜리 금괴 254개를 확보했다. 이씨가 횡령금으로 사들인 금괴 851개 중 751개가 확보된 것이다. 이씨 아버지는 압수수색 당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그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강서경찰서에 출석해 피의자 조사를 받기로 한 상황이었지만 오전 7시께 실종 선고가 접수되면서 경찰이 수색 중이다. 강서경찰서도 파주에서 운영 중인 외근팀을 이씨 아버지 수색에 투입했다.

이씨는 횡령금을 이용해 75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아내와 처제 명의로 매입했고, 잠적 전에는 이씨 자신이 소유하던 상가건물을 아내와 처제 부부에게 한 채씩 증여하기도 했다.

이씨 아내는 이씨가 숨어있다가 체포됐던 건물의 소유주이며, 이씨 검거 당시에도 같은 건물의 다른 층에 있었다. 이씨의 가족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대부분 혐의를 부인하거나 답변을 회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오스템임플란트는 전날 이씨의 횡령 금액을 기존 1880억원에서 2215억원으로 정정 공시했다. 2215억원에는 이씨가 빼돌렸다가 회사 계좌로 다시 입금한 금액이 포함됐다.

이 밖에도 경찰은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이씨 관련 거래내역 금융정보를 제공 받아 자금흐름을 추적 중이다. 아울러 경찰은 이씨 체포 과정에서 타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발견해 디지털포렌식을 진행 중이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