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주' LG생활건강의 추락

입력 2022-01-10 17:26
수정 2022-01-11 01:35
국내 증시에서 LG생활건강은 ‘황제주 가운데 황제주’로 불렸다. 코로나19가 증시를 강타한 2020년 3월에도 100만원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코로나19에도 매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올 들어 황제주가 추락하기 시작했다. 주가는 100만원 밑으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 가능성이 주가 하락의 신호탄이 됐다. LG생활건강의 성장판 역할을 하던 중국 화장품 시장의 변화가 근본적 원인이다. 증권사들은 일제히 목표주가를 낮췄다.

LG생활건강은 10일 13.41% 급락한 95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7월 최고점 대비 46.4% 하락, 거의 반토막이 났다. 4년3개월 만에 100만원 아래로 떨어지면서 황제주 자리에서도 내려왔다.

이날 주가 급락은 작년 4분기 실적이 증권사들의 예상치(컨센서스)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4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약 0.3~7.0%, 영업이익은 2.0~19.3%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7개 증권사는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차이나리스크가 영향을 미쳤다.

LG생활건강은 “중국 따이궁(보따리상)이 국내 면세점을 대상으로 제품의 과도한 할인을 요구했다”며 “브랜드 관리를 위해 응하지 않았던 게 면세점 채널의 매출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는 따이궁과 면세점 문제로 나타났지만 근본적으로는 중국 화장품 시장의 성장 둔화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초까지 약 40%에 달하던 중국 화장품 소매판매 증가율은 3분기부터 한 자릿수로 급감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