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창업자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 정부가 추진해온 복수(차등)의결권 도입 법안의 국회 통과가 또다시 불발됐다. “창업주의 의결권을 주당 10개까지 허용하면 소액주주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여당 일부 강경파의 반대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경제계에서는 “미국 등 선진국이 복수의결권을 허용해 혁신벤처 생태계를 적극 지원하는 상황에서 자칫 우리만 낙오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회 법사위는 10일 전체회의를 열어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반도체 특별법)’ 제정안 등의 법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의결된 법안은 11일 국회 본회에 상정된다. 법사위는 복수의결권 도입 방안을 담은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처기업법)’은 아예 논의 안건에서 제외했다.
복수의결권 도입은 벤처업계의 오랜 숙원이다. 벤처업계는 외부 자본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창업자 지분이 갈수록 낮아져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복수의결권 도입을 건의해왔다. 이를 받아들여 더불어민주당은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2호 공약’으로 복수의결권 도입을 약속했다. 지난달에는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하면서 복수의결권 도입이 급물살을 타는 듯했다. 하지만 같은 달 8일 법사위는 “대주주에게 지배력이 집중될 우려가 있다”며 제동을 걸었다.
이날 법사위를 앞두고도 박용진 민주당 의원 등 여당 반대파가 법안 처리 보류를 요구하면서 논의가 또다시 중단됐다.
오형주/김동현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