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 넘은 돈풀기는 폰지사기" 맨큐 경고, 뼈아프게 들어야

입력 2022-01-10 17:30
‘2022년 미국경제학회(AEA) 연례회의’에서 국채발행을 통한 재정적자로 성장을 꾀하는 것은 폰지사기와 다름없다는 직설적인 비판이 나왔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막대한 적자를 내는 미국 정부가 영원히 이자를 갚을 수 있겠느냐”며 “그것은 폰지게임에 뛰어드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폰지는 새로운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사기를 일컫는 말이다.

맨큐 교수의 메시지는 재정적자를 통한 성장은 지속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 부채증가는 파레토 개선(누구의 손해도 없이 다른 누군가에게 이득이 되는 상황)을 부르지 않는다”며 재정지출은 공짜점심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금리가 오를 때는 재정지출에 의존한 성장정책이 더 위험하다”며 완화적 재정·통화정책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문이다.

맨큐뿐만이 아니다. 다수의 석학들은 과도한 현금살포와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위험성을 경고했다. 고(高)물가 지속을 예견하며 ‘인플레이션 논쟁’을 주도해온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재정·통화정책이 제한속도를 넘어 과속 중”이라며 “인플레이션이 향후 2~3년은 비관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칫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한 1970년대와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욘 스테인손 UC버클리 교수)는 견해까지 대두됐다.

빠른 금리인상 국면이 신흥국에 중대한 도전이 될 것이란 우려도 많았다. “부채가 많고 자산가격이 높은 신흥국은 미 금리인상에 따른 어려움이 커질 것”(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신흥국 중심으로 ‘서든 스톱’ 우려가 있다”(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시각이 넘쳤다. 문제는 정책 대응수단이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는 “인플레가 진행 중이지만 부채 급증 탓에 중앙은행이 나서기도 쉽지 않다”며 신흥국에 몰고올 큰 후폭풍을 걱정했다.

AEA 참석 석학들의 냉정한 진단과 명확한 메시지는 코로나 사태를 핑계삼아 지난 2년간 돈풀기에 몰두해온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부 정치꾼과 무책임한 경제학자들이 ‘돈이 많이 풀렸지만 인플레가 없지 않느냐’며 과감한 재정·통화정책이 ‘뉴 노멀’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한 분명한 경고다. 세계 기축통화국마저 인플레이션 위기를 걱정하는 판국이다. 현금살포를 통해 지표를 관리하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에 급급한다면 우리 경제는 어느 순간 작동불능에 빠지고 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