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1기 신도시인 경기 일산, 평촌, 분당 등에서 부는 리모델링 바람이 부천 중동과 상동으로 번졌다. 이들 지역의 아파트 상당수는 재건축 연한인 준공 30년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기존 용적률이 200%가 넘는 곳이 많아 재건축 사업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이 때문에 리모델링을 추진하자는 움직임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상동 한아름현대1차, 조합설립 눈앞1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부천에서 리모델링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단지는 상동 한아름현대1차다. 한아름현대1차는 최근 두 달 만에 리모델링 주택조합 설립 동의율 64%를 넘겼다. 조합을 설립하기 위해선 주민동의율 66.7%를 채워야 한다. 이형훈 한아름현대1차 리모델링 추진위원장은 “설 연휴 이후 목표 동의율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3월께 조합설립을 목표로 조합장, 감사 등을 모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준공 29년차인 이 단지는 부천 첫 리모델링 추진 단지다. 주민들은 재건축 사업 추진이 가능한 연한에 임박했지만 리모델링을 선택했다. 통상 재건축은 기존 용적률이 200% 이하 정도면 사업성이 있다고 말한다. 새로 지었을 때 가구 수가 늘어나 일반분양을 할 수 있는 기준이다. 하지만 한아름현대1차의 현재 용적률은 218%다. 이 위원장은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일찌감치 리모델링으로 돌려 정비와 설계업체를 선정했다”며 “대단지여서 1군 건설사들이 사업설명회를 열 정도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이 단지는 전용면적 84㎡ 720가구 등 총 1236가구로 이뤄져 있다. 향후 수평증축과 별동 신축 등을 통해 185가구 늘어나 총 1421가구가 된다. 2020년 7월 조합설립 추진위원회가 발족할 당시 4억7200만원이던 이 아파트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1억7800만원 오른 6억5000만원에 실거래됐다. 다만 최근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거래는 뜸한 편이다. 단지 인근 K중개업소 관계자는 “시세가 답보 상태지만 사업 추진 상황을 묻는 문의는 조금씩 있다”며 “조합설립 등 리모델링 사업이 본격화하면 관심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아름현대1차를 시작으로 상동 399 일원에 있는 총 4960가구 규모의 반달마을(건영, 극동, 동안, 선경아파트)도 추진위를 구성해 리모델링 사업에 나섰다. 한아름마을과 반달마을 모두 지하철 1호선 송내역까지 도보로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가깝다. 7호선 상동역과 중동나들목(IC)도 차로 5분 거리다. 중동에서도 리모델링 추진상동 바로 옆 중동에서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리모델링 사업 추진위 설립이 줄을 잇고 있다. 한라마을과 금강마을, 미리내마을 등에서 올해 상반기 조합설립인가를 목표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동 한라마을 주공3단지는 지난 3일부터 리모델링 주택조합설립 결의서를 받기 시작했다. 벌써 동의율 20%를 넘겼다. 올해 26년차인 이 단지는 리모델링 사업을 통해 전용 84㎡로만 100가구를 늘릴 계획이다. 조합 관계자는 “이미 사전동의율 60%를 넘길 정도로 주민들이 리모델링에 적극적”이라며 “올해 4월 조합을 설립하고 10월께 시공사를 선정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바로 옆단지인 한라뜨란채2단지(2171가구)도 추진위를 설립해 주민동의서를 받고 있다. 용적률이 203%인 인근 금강마을 주공4단지(1962가구) 역시 2020년 11월 추진위를 발족하며 리모델링 사업 대열에 합류했다.
부천 중동과 상동 일대는 현재 5만5000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최근 신중동역에서 두 개 역 거리에 있는 부천종합운동장역이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정차역으로 지정됐다. 지난해 3월부터 상동 인근에 부천 영상문화산업단지 복합개발사업이 추진되는 등 개발 호재도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부천 중동과 상동은 평촌, 분당, 일산 등에 비해 그동안 가격 오름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다”며 “3기 신도시인 부천 대장지구가 개발되면 실수요자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