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장은 10일 “‘지천 르네상스’는 사업 시행을 위한 기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기본 구상이나 타당성 조사도 없이 시장 방침에 따라 무작정 편성된 예산안을 서울시의회는 그대로 수용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날 지천 르네상스 관련 예산 삭감을 두고 시의회를 공개 비판한 데 대한 반박에 나선 것이다.
김 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시의회는 지천 르네상스 사업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사업 시행 기본 절차가 없는 데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며 이 같은 글을 올렸다. 그는 “대규모 시민 혈세가 투입되는 사업은 기본 구상, 타당성 조사, 기본 설계, 실시 설계, 공사 착공 등 사업 시행 절차를 거치는 게 기본 중 기본이다”라며 “(지천 르네상스는)시민 의견 수렴 절차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지천 르네상스는 오 시장이 지난해 발표한 ‘서울2030 비전’의 세부 사업 중 하나다. 서울 전역 어디에서나 물줄기 주변, 수변 공간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시대를 열겠다는 계획이었다. 시는 당초 오는 2월부터 정릉천, 홍제천, 도림천에 대한 기본 구상을 마무리할 예정이었으나, 예산 삭감으로 설계 발주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서울시내 곳곳을 흐르는 70여 개 지천을 매력적인 수변 공간으로 바꾸는 지천 르네상스 사업이 올해 본격 시작을 앞두고 암초에 부딪혔다”며 “시의회가 오세훈표 사업이라는 이유로 올해 관련 예산 75억원 중 약 80%인 60억원을 삭감해버렸기 때문”이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 ‘지못미(‘지켜주지 못해 미안해’를 줄인 말) 예산 시리즈2’라는 제목을 달았다.
김 의장은 “지천 르네상스에 대한 오 시장의 진정성이 담겨 있다면 기본 절차 이행 후 추경으로 추진할 수 있다”며 “절차를 따르기만 한다면 시의회 문은 언제나 열려있다”고 했다. 또 “지천 르네상스 예산이 삭감된 것은 맞지만 그냥 증발한 게 아니다”라며 “삭감 분은 소상공인을 위한 긴급 생계비 지원 8000억원으로 투입됐다”고 설명했다.
김 의장은 오 시장을 겨냥해 “지금은 오발탄 소음으로 사회를 시끄럽게 할 때가 아니라 서울의 힘겨운 현실을 돌봐야 할 때”라고도 말했다. SNS를 통한 공개 비판을 중단해달라는 메시지다.
오 시장과 김 의장은 지난 6, 7일에도 페이스북에서 공방을 벌였다. 지난 7일엔 장기전세주택인 ‘상생주택’ 사업을 둘러싼 비판 글을 주고 받았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