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10일 16: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경제계가 대표소송(다중대표소송·주주대표소송)의 제기 결정 주체를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기로 한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의 결정에 유감을 표명했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코스닥협회 등 7개 경제단체는 공동성명을 내고 "왜곡된 스튜어드십에 기반한 국민연금의 대표소송 추진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다"고 10일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말 열린 제10차 회의에서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 개정안'을 안건으로 상정한 바 있다. 이 안건에는 대표소송 제기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수탁위로 넘기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까지는 원칙적으로 기금운용본부가 담당하고, 예외적 사안에 대해서만 수탁위가 판단했다. 권한이 수탁위로 일원화되면 대표소송이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수 있어 경제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안건은 당초 지난 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었으나 정족수 부족으로 논의가 중단됐다. 이후 일부 내용에 대해 서면심사를 진행했지만 이마저도 부결돼 차기 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한 상태다.
7개 경제단체는 이같은 안건을 두고 "국민연금이 수탁자 의무 이행을 명분으로 ‘기업 벌주기식’ 주주활동에 몰두하는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과 복지부는 이해당사자인 경제계와 사전 의견수렴 과정조차 갖지 않았다"며 "대표소송은 결과와 상관없이 기업의 신뢰도와 평판에 타격을 주며, 이는 곧 기금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 국민과 주주의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해당 지침의 전면 보류와 함께 △관련 절차 및 결정 주체 등 중요사항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고 △대표소송이 남용되지 않도록 대상 사건을 제한하고 △대표소송 제기 실익에 대한 철저한 검증장치를 마련하는 한편 △대표소송 제기 여부는 기금운용본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계는 "대표소송과 관련한 중요사항을 단순 지침이 아닌 국민연금법 등 법률로 직접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이 국내 기업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만큼 대표소송이 기업 경영에 대한 정치·사회적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대표소송이 장기적 주주가치와 기금 수익률 제고에 기여한다는 명확한 근거도 찾을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이어 "원칙적으로 실제 기금운용을 담당하며 운용 수익률에 민감한 기금운용본부가 소송 실익 등을 검토해 결정하되, 극히 예외적인 사안이 있다면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수탁위는 기금운용에 대해 책임지지 않아 정치·사회적 이해관계와 여론에 따라 소송 제기를 결정할 유인이 높다는 게 경제계의 판단이다.
경제계는 "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경제계 우려와 제언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은 명목상 주주가치를 앞세운 실질적 경영 간섭에 불과하다"며 "경제계와 전문가 및 유관 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신중한 정책 추진에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