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中 일대일로로 디폴트 위기…외환보유고 2조원까지 급감

입력 2022-01-10 10:54
수정 2022-02-08 00:01

스리랑카의 외환 보유액이 급감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 협력한 결과 스리랑카가 중국에 대규모 채무를 지게 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스리랑카의 디폴트 가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까지 등장했다.

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의 외환보유고는 최근 16억달러(약 2조원)로 쪼그라들며 사상 최악 수준에 도달했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는 70억달러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스리랑카가 디폴트를 선언하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스리랑카의 외환보유고가 급감하고 국가 채무가 급증한 주요 원인은 중국의 일대일로다. 스리랑카는 중국에서 돈을 빌려 항구와 공항, 도로 등을 건설했지만 막상 수익 창출에는 실패하며 위기를 맞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중국이 스리랑카에 대출해준 금액은 약 33억8000만달러다. 스리랑카 국유기업에 대한 대출까지 포함하면 전체 채무는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중국의 일대일로는 협력한 개발도상국들에게 막대한 채무를 안긴다는 서방세계의 비판을 받아왔다. 스리랑카의 주요 산업인 관광이 코로나19의 악영향에 노출된 점도 최근 위기의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도 나온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스리랑카는 중국에 채무 재조정을 요구했다. 이날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외교부장)과 만나 “코로나19로 발생한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스리랑카의 부채 재조정에 관심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스리랑카는 중국 관광객의 입국 확대, 무역 지원 등도 요청했다. 그러나 왕 국무위원은 명확한 지원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한편 스리랑카의 위기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신흥국 채권 전문 투자자인 카를로스 드 소자는 스리랑카의 외환보유고가 올해 중반에는 바닥날 것으로 보고 스리랑카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스리랑카의 외환보유고가 급감하면서 스리랑카의 국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투자가치가 있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스리랑카가 디폴트를 선언할 확률은 50% 이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에콰도르 등 채권 투자를 통해 수익을 실현한 전력이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