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된 후 중앙은행(Fed)이 조기 긴축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시장에선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지속하면서 1분기에 환율이 고점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주 원·달러 환율은 1년 6개월 만에 1200원을 돌파했다. 지난 6일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1201원으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1200원을 넘은 것은 2020년 7월24일(1201.50원) 이후 처음이다. 7일 종가는 전날보다 0.5원 오른 1201.5원을 기록했다.
연초부터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뚫은 배경은 Fed가 조기 긴축을 시사한 영향이다. 최근 공개된 12월 의사록에서 참석자들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이른 시점에, 혹은 더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에선 Fed가 올해 3월까지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을 끝낸 뒤 6월께 금리인상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의사록이 공개되면서 금리인상은 6월이 아닌 3월부터 시작되고, 6월과 9월까지 기준금리 인상이 3번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기에 고용지표도 호조를 기록하면서 Fed의 조기 긴축 전망에 힘을 더했다. ADP 전미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민간 부문 고용은 80만7000명 증가했다. 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37만5000명)를 두 배 이상 상회한 수준이다.
추가로 지난 7일(현지시간) 발표된 지난해 12월 비농업 고용지표는 19만9000명 증가하면서,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시장 예상치(42만2000명 증가)를 크게 하회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실업률은 3.9%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20년 2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시간당 임금은 전월 대비 0.6%, 전년 대비로는 4.7% 각각 증가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구인의 어려움이 지속돼 임금 상승이 예상을 크게 상회했고, 임금 상승 압력이 구조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높은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다"며 "이는 Fed의 매파적인 움직임을 더욱 자극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오는 11일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청문회 발언도 시장 변화를 촉발 시킬 것"이라며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1~2번의 금리인상 후 대차 대조표를 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언급하는 등 비둘기파적인 성향의 위원들도 긴축을 당연시하고 있는 만큼, 파월 의장의 발언이 특히 주목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한국 수출 호조와 환전 수요 누적 등 원화 강세 단기적으로 15~20원 가량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3월 FOMC까지는 달러 강세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임혜윤 한화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추가 오버슈팅이 발생할 경우 상단은 1230원까지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이번 분기 중 고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1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도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대차대조표를 축소한 이후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로 전환했다는 점에서다.
또 견조한 경기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도 달러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이코노미스트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이 재개될 시점은 1분기 중순 이후로 예상된다"며 "무역수지가 계절적인 요인 등에 따른 부진에서 회복하고, 주요국 인프라정책이 통과돼 글로벌 수요 모멘텀이 재개되는 시기"라고 짚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