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인근 모터스피드웨이에선 CES 첫 번째 ‘자율주행 챌린지’가 열렸다. 세계 유수 대학팀들이 운전자 없이 시속 300㎞로 달릴 수 있는 자율주행 레이싱카로 기술 경쟁을 벌였다.
미국에선 자율주행차로 경주까지 벌이는 시대다. 웨이모, 엔비디아, 아르고 AI, 크루즈, 모셔널, 모빌아이 등 세계 최정상 자율주행 관련 테크기업이 미국에서 급성장한 것은 미 정부의 선제적 규제 완화 덕분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현대자동차그룹과 앱티브의 합작사 모셔널이 2020년 네바다주에서 무인 자율주행 테스트 면허를 획득한 배경이다. 네바다주 옆 캘리포니아주도 마찬가지다. ‘안전의 대명사’로 불리는 볼보차는 이번 CES 기간 중 차세대 전기차에 적용할 자율주행 기술 ‘라이드 파일럿’을 공개하고, 캘리포니아에서 테스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강국 일본도 자율주행 상용화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일본 경찰청은 내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레벨 4 자율주행 무인버스 운행을 허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레벨 4는 비상시에도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고도 자동화’ 단계다. 도요타, 혼다 등은 2025년 레벨 4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다. 앞서 독일은 지난해 세계 최초로 레벨 4 자율주행차의 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법률을 시행했다.
이런 국가들과 달리 한국에선 촘촘한 규제가 자율주행 기술 고도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자율주행의 핵심인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OTA)도 원칙적으로 막혀 있다. 정비업체를 방문해야만 자동차 업데이트 등 정비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한 자동차관리법 때문이다.
레벨 4 자율주행차는 출시조차 불가능하다. 제작 안전기준이 레벨 3 자율주행차까지만 마련돼 있어서다. 소형 무인배송차는 현행 자동차관리법상 차종 분류체계에 맞지 않아 양산조차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공무원들도 CES를 방문해 기업들이 치르고 있는 미래기술 전쟁을 보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라스베이거스=도병욱/김일규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