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 한 마리가 내려앉자 가지가 휘청하면서 파르르 떨더니
이내 지구의 중심을 바로잡는다
시집 《나비가 돌아왔다》(문학과지성사) 中
어떤 상상력과 감각은 사소한 생명의 움직임을 낯설고 시적인 풍경으로 보이게도 하지요. 여기, 참새 한 마리의 작은 몸짓이, 나뭇가지의 떨림이 그렇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일 같아 보여도 아무것도 아닌 일이 아닌 거예요. 가지가 이내 지구의 중심을 바로잡는 풍경을 봅니다. 무심한 채 걷는 산책길에 작은 생명 하나 발견한다면 조용히 바라보며 교감해 볼 일입니다. 팬데믹 시대에 다른 생명들의 세상, 새로운 풍경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김민율 시인(2015 한경신춘문예 당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