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생일에도 별다른 기념행사 없이 지나갔다. 대신 한국 정부 외교·안보 부처들의 올해 업무 보고를 겨냥해 “틀에 박힌 잡다한 문제들만 열거했다”며 맹비난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는 8일 외교부·통일부·국방부가 지난달 공동으로 공개한 올해 업무보고를 겨냥해 한국 언론들이 “일종의 생색내기, 진정성 결여로만 보일 뿐”이라 보도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당국은 한·미 공조와 국제사회와의 협력 등을 내들고 남북 관계에 더욱 복잡성만 조성하고 있다”며 “올해에도 북과의 군사적 대결을 위한 군사훈련과 무력증강에 천문학적 액수에 달하는 국민혈세를 탕진하겠다는 것을 공언한 것은 국민의 불만을 더욱 증폭시키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를 향해 요구한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정은은 지난해 9월 남북한 대화 재개 조건으로 ‘이중기준 철회’와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했다. 이후 지난달 이례적으로 닷새에 걸쳐 진행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도 침묵하며 대남 메시지를 내는 것을 자제해왔다.
한편 대남 비방에 나선 이날은 김정은의 생일이었음에도 올해도 별다른 기념행사는 열리지 않았다. 특히 일각에선 김정은이 지난달 집권 10주년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올해는 기념행사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이는 김정일과 김일성의 생일을 각각 ‘광명성절’(2월 16일), ‘태양절’(4월 15일)이라는 공휴일로 지정하고 성대하게 기념식을 개최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다만 북한 정권이 김정일에 대해서도 만 40이 되던 1982년에 공휴일로 선포했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마흔이 되는 해에 그의 생일을 공휴일로 지정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