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떨어진다더니…"아파트 한 채 3000억" 호황, 어디길래 [강영연의 뉴욕 부동산이야기]

입력 2022-01-15 14:25
수정 2022-01-15 14:50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부동산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입지'라고 말합니다. 그럼 두번째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입지'입니다. 세번째는? 그 역시 '입지'라고 합니다. 그만큼 입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경제와 문화의 중심지 뉴욕. 그중에서 맨해튼은 전세계 부동산 중 가장 입지가 좋은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입지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대체 불가능한 지역이니까요.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그럼 맨해튼 중에서도 가장 좋은 입지는 어디일까요.

뉴욕하면 떠오르는 곳. 바로 센트럴파크 앞을 꼽습니다. 맨해튼에서 센트럴파크가 보이는 건물은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영원히 몇 채 안될테니까 말이죠. 여기에 허드슨강이 한눈에 보인다면요? 더할나위가 없겠죠. 맨해튼에서 가장 비싼 고층 건물들이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몰려 있는 이유입니다.

그 중에서도 제일 비싼 곳은 어디일까요. 지금까지 체결된 거래를 기준으로 하면 바로 '220 센트럴파크 사우스(220 Central Park South)' 입니다.



센트럴파크 서쪽 아래에 있는 이 아파트는 콜럼버스 서클, 플라자호텔 등과 같은 스트리트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센트럴파크와 완전히 맞닿아 있어 그만큼 입지가 좋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220센트럴파크 사우스는 79층짜리 건물로 116개의 아파트가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대부분 복층이라고 합니다. 일부는 여러 개의 아파트를 연결해 더 크게 만든 집도 있다고 하네요. (이때문에 전체 아파트 숫자에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이 아파트에는 개인 식당, 운동 클럽, 도서관, 농구코트, 골프 연습장, 클라이밍 공간, 수영장 등이 있다고 합니다. (단정적으로 쓰지 못하는 이유는 부동산 개발 회사 측에서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주지 않아 외신에서도 관계자, 측근 등의 인터뷰를 토대로 추측 보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이 건물은 맨해튼 부동산이 호황이던 2015년 짓기 시작했고, 그때 많은 계약이 성사됐다고 합니다. 외신에 따르면 이 건물의 고가 거래는 대부분 2015년 건물 분양 개시 후 1년 이내에 이뤄졌다고 하네요. 하지만 2018년 말 맨해튼 고급 아파트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하락세를 보이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를 타개 하기 위해 회사는 일반적인 판매 방식과는 다른 접근법을 택했습니다. 집의 마감재, 편의 시설 등을 과시하며 손님을 끄는 대신 완벽하게 비밀스러운 마케팅을 진행한 겁니다. 내부는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고, 최고경영자(CEO)도 언론과의 인터뷰를 하지 않았습니다. 공식 홈페이지도 없었고, 돈만 있다고 구경을 갈 수도 없었습니다. 아는 사람만 살 수 있는 아파트, 인정받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가 된 겁니다.

전략을 먹혀들었습니다. 2019년 WSJ는 이 건물에서 5500만 달러 짜리 아파트가 판매된 것을 보도 하며 "침체기에 빠져있던 뉴욕 맨해튼 초호화 아파트 시장에 다시 빛이 비춰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회사 규정상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름을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이곳에 사는 사람 중 가장 유명한 사람으로 알려진 이는 헤지펀드 매니져인 억만장자 켄 그리핀입니다. 그리핀은 220 센트럴파크 사우스에 2억3800만달러(2865억원)짜리 펜트하우스를 가지고 있습니다. 2019년 1월 거래 당시 가격으로, 전국 아파트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그 기록은 아직까지 깨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번 들어가면 잘 나오지 않는 탓에 리세일을 했다는 것 조차 주요 외신에 나오는데요. WSJ에 따르면 220 센트럴파크 사우스의 첫번째 리세일은 2021년 4월 이뤄졌습니다. 당시 거래 금액은 3300만불로 1년 전 가격보다 23% 오른 가격이었다고 합니다. 꽤나 쏠쏠한 거래였지만 지금 가겨과 비교하면 밑지는 장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값은 더 오르고 있고, 신흥 부자들도 잇따라 입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CNBC에 따르면 알리바바의 공동창업자인 조 차이는 지난해 이 건물에 2층짜리 아파트를 1억5700만달러에 매입했습니다. 미국 감정평가회사인 밀러 사무엘에 따르면 지난해 맨해튼에서는 발생한 5000만달러(약600억원) 이상의 부동산 거래 8건 중 3건이 이 아파트에서 일어 났다고 합니다.

이달 들어서는 오지프 캐피털 매니지먼트 그룹의 창립자이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다니엘 오흐가 220 센트럴파크 사우스의 펜트하우스는 1억9000만달러에 팔았습니다. 2019년 구입 당시보다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팬데믹 초기 맨해튼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면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기우로 드러난 셈입니다. CNBC에 따르면 지난해 맨해튼 부동산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동산 거래액은 300억달러(약 35조 8950억원)로 팬데믹 이전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부동산 계약 건수 역시 1만6000건으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초고가 부동산부터 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습니다. CNBC에 따르면 신규 부동산 재고는 지난 4분기에 3분의 1로 급감했습니다. 특히 1000만달러 이상 주택이 가장 빠르게 팔렸는데 시장에 나오면 97일 만에 새주인을 찾았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팬데믹 동안 주식, 암호화폐 등으로 돈을 번 개인들이 부동산으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CNBC에 따르면 지난해 맨해튼에서 거래된 부동산 중 절반 이상이 모두 현금으로 계산됐다고 합니다.

밀러사무엘의 조나단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의 회복새는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 것보다 훨씬 빨랐다"며 "물량이 줄고, 금융시장이 강하게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올 상반기까지는 견조한 모습이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