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싸움인가…쌍용차-에디슨모터스 [딜리뷰]

입력 2022-01-10 05:50
수정 2022-01-10 16:48

"쌍용자동차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성능 개선을 위해 관련자료 요청을 한 것이다."(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

"인수대금 납입 전 우선협상대상자에게 영업 기밀인 기술 자료를 제공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쌍용자동차)

10일 계약금 납입을 앞두고 있는 쌍용자동차의 인수전이 점점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우선협상대상자(우협)로 선정된 에디슨모터스의 강영권 대표는 "본 계약 체결 조건으로 제공하는 500억원의 운전자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감독하고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서두르기 위해 관련자료 요청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쌍용차 측은 "아직 최종 인수를 한 것도 아닌데 영업 기밀인 기술 자료를 달라거나 자금 사용 출처를 밝히라는 주장은 있을 수 없는 요구"라고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이 와중에 재무적 투자자(FI)로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합류키로 했던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키스톤PE)가 컨소시엄에서 빠지기로 하는 등 여기저기서 잡음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또 에디슨모터스의 유상증자에 돈을 댔던 에디슨EV의 투자조합원들이 주가가 급등하자 '먹튀'를 했다는 주장 등 쌍용차 인수전을 둘러싼 각종 의문점을 이번 딜리뷰에서 살펴보겠습니다.
1. 쌍용차와의 기술협력 완만하게 해결될 수 있을까?양측 공방의 핵심 이슈는 '500억 운전자금'입니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 쌍용차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 500억원의 운전자금을 에디슨측이 제공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요, 인수금(3048억원)의 약 10%인 305억원의 계약금과는 별개로 본계약 체결 5영업일 이내에 에디슨측이 쌍용차에 지급하도록 MOU에 명시했다고 합니다. 예정대로 10일에 양측이 본계약을 체결한다면 계약서에는 이와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있어야 할 것이고, 이에 대한 양측의 협의가 사전에 이뤄져야만 도장을 날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계약서에 서명한다면 그로부터 5영업일 이내, 즉 오는 17일까지는 운영자금 500억원을 추가로 에디슨측이 납입해야 할 것이고요.


이에 대해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는 "운영자금 지출시 인수인과 협의토록 한 것은 경영 개입이나 월권이 아니다"며 "쌍용차의 전기차 기술 향상을 위해 양측이 기술 협력에 대한 별도의 업무협약(MOU)을 10일 본계약 체결과 동시에 진행키로 합의했다"고 밝혔습니다. 강 대표는 이어 "계약이행 보증금 305억원도 10일에 납입을 완료하고 본계약 체결을 진행할 것"이라며 "인수자금, 운영대금 등 자금 마련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강 대표의 주장대로라면 10일 계약 체결에는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쌍용차와 에디슨간에 본계약이 '무사히' 치러질지, 기술협력에 대한 업무협약 체결까지도 완만하게 성사될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아, 강 대표가 쌍용차에 운전자금 사용처를 밝히라고 요구한 데 대해 인수합병(M&A)업계 관계자는 "계약금부터 납입하고 본계약을 체결하면 인수 당사자 지위에서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사안이겠지만, 아직은 우선협상대상자로서 계약금도 납입을 안 한 상태 아니냐"며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한 마디로 "돈부터 입금하고 요구할 걸 하라"는 주장인데요, 지난 주말에 강 대표가 "10일 본계약도 체결하고 쌍용차와 기술협력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별도로 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힌 걸 보면(그 이후 또 다른 변수가 안 생겼다면) 10일에 예정대로 무사히(?) 계약을 잘 마칠 수 있을 겁니다.
2. 키스톤PE는 자금이 없었나 확신이 없었나?두 번째 짚어볼 사안은 자금입니다. 기업 인수는 결국 '돈'이 하는 거죠.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에 재무적 투자자(FI)로 키스톤PE와 KCGI가 합류키로 했을 때 시장에서 "자금 마련에는 큰 문제가 없겠다"는 평가가 나온 것도 M&A에서 FI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크다는 방증입니다.

이에 대해 양측은 각기 다른 주장을 폈는데요, 키스톤PE는 "에디슨모터스의 자금 동원력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불식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 딜에 확신이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하지만 한 M&A업계 관계자는 "키스톤PE가 이번 딜에 투자하려고 했던 펀드는 블라인드펀드로, 해당 펀드의 주요 기관투자자(LP)가 목적에 맞지 않는다며 투자에 반대한 것으로 안다"며 "투자금이 없어 FI에서 빠지기로 결정했으면 그냥 빠지면 될 일을 마치 딜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훼방을 놓는 것"이라며 키스톤PE를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과연 키스톤PE는 이 딜에 확신이 없어 자체적으로 드랍한 걸까요? 아니면 돈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빠진 걸까요? 한켠에선 "이미 두 달 전에 키스톤PE가 빠지기로 내부 결정은 마친 걸로 안다"며 "딜에 영향을 미칠까봐 밝히지 않았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진실은 하나일테니 시간이 지나면 수면 위로 드러나겠지요.
3.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확실히 자금을 다 모았나?키스톤PE가 빠진 상황에서도 에디슨모터스는 "이미 예정보다 더 많은 금액을 모은 상황"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일단 쌍용자동차의 FI로 참여키로 했던 KCGI와 에디슨측이 추가 투자를 논의하는 상황이고요, 제3자인 FI가 "인수자금에 1500억원을, 운영자금에 800억원을 모아오겠다"고 에디슨측에 제안을 했다고 합니다. 자세한 건 <에디슨 "키스톤PE 없이도 자금 충분"...인수 앞두고 갈라서나> 기사를 참고하시길.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CGI도 이미 충분한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원래 KCGI가 확보하고 있는 개인투자자는 물론, 기관투자자 등 여러 곳에서 투자자를 모았고 예상금액보다 두 배 이상 많이 모집했다고 알려져있습니다. 그 말대로라면 3049억원 가량의 인수자금과 약 8000억원으로 추정되는 추후 운전자금 확보에도 문제가 없을 겁니다. 물론 쌍용차의 평택 공장부지의 용도 변경 신청, 부지를 담보로 한 대출 확보 등 앞으로 넘을 산은 더 남아있긴 하지만요.

아, 그리고 앞서 KDB산업은행이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가 있기 때문에 과연 인수금융 등 대출을 받는 데 어려움은 없을지, 좋은 조건으로 자금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도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일 겁니다.
4. 투자조합의 지분 매각엔 위법 요소 있었나?에디슨모터스의 계열사 에디슨EV(옛 쎄미시스코)에 투자한 투자조합에 대한 이슈도 논란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디엠에이치, 에스엘에이치, 노마드아이비, 아임홀딩스, 스타라이트 등 5곳의 투자조합이 에디슨EV 주식을 사들였고 몇 개월 뒤 주가가 뛰자 이를 처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공개정보 이용이나 시세조정, 부정거래 등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한국거래소가 조사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설이 나오면서 주가가 폭등하면서 '먹튀'를 했다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이에 대해 강영권 에디슨모터스 대표는 "투자조합들은 구 최대주주 및 그 특수관계인 지분 2,129,957주를 인수한 후 일부는 보유 중이거나 각 투자조합의 조합원들에게 분배하였는데, 각 조합원들이 이를 보유 중인지 처분 중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또 다른 의혹인 '에디슨EV에 40억원을 넣고 에디슨모터스가 500억원을 빼갔다'는 대목에 대해선 '투자의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에디슨모터스의 지주사인 에너지솔루션즈가 총 350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에디슨EV의 경영권을 확보하고 투자자들은 에디슨EV에 1600억~2000억원을 넣었고, 에디슨EV는 이 투자금으로 에디슨모터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쌍용차 인수 재원을 마련했다는 설명입니다.

강 대표는 "쌍용차 인수에 참여를 희망하는 투자자들은 현재 에디슨EV에 800억원을 납입하였으며, 추가 800억원 조달을 공시하고 납입할 예정"이라며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투자금이 에디슨모터스 투자와 쌍용차 인수자금의 목적에 한해서 사용하도록 조달했고 에디슨EV의 CB, BW 발행목적 또한 타법인 주식취득으로 한정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돈을 빼간 게 아니라 투자금의 성격으로 조달했다는 얘기입니다.

무엇보다 강 대표는 "중요한 건 에디슨EV의 대주주인 에너지솔루션즈의 지분이 1년간 보호예수되어 있고, 경영권 확보를 위한 추가 유상증자 참여시에도 대주주로서 보호예수 예정이어서 최대주주의 먹튀 논란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논란이 최대주주인 강 대표 개인에겐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뒤늦게 에디슨EV에 투자한 일반인들의 투자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 5% 룰 (상장사 주식의 대량 보유 보고의무는 지분 5% 이상 보유자에 한정) 때문에 투자조합의 주식 처분 여부를 알 수 없었던 정보 접근성의 문제 등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문제일 겁니다. 이 부분은 거래소의 조사 발표 이후에 다시 논의해보도록 하죠. 모쪼록 2만여명의 일자리가 걸려있는 쌍용차의 M&A가 무사히 마무리되길 바랍니다. 일단 10일 본계약부터 잘 체결하기를. 부디.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