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소상공인·자영업자에게 임차료 명목으로 현금 100만원씩을 다음달 지급한다. 자가 소유가 아닌 임차 사업장을 운영하는 서울의 소상공인 약 50만 명이 현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정부에 이어 지방정부도 잇달아 선심성 정책을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금 지원 전격 상향
7일 서울시와 시의회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조만간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담은 ‘서울 소상공인 지킴자금’ 지급 계획을 발표한다. 서울시가 중앙정부와 별도로 자영업자에게 현금을 지급하는 것은 2020년 5월 ‘자영업자 생존자금’(월 70만원, 2개월간 총 140만원) 이후 두 번째다.
시는 올해 예산안 초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코로나19 생존지원금’ 7998억원을 새로 반영했다. 3조원을 추가 편성하라고 압박했던 서울시의회와의 줄다리기 끝에 마련한 절충안이다.
이렇게 편성된 7998억원 중 절반가량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점포 임차료 지원에 쓴다. 나머지는 특수고용직, 프리랜서, 예술인, 관광업, 택시, 버스 등 코로나19 지원 사각지대에 있는 업종 종사자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당초 서울시와 시의회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금으로 점포당 80만원을 책정했으나 막판 협상 과정에서 100만원으로 전격 상향했다. 자격 요건은 연 매출 2억원 미만인 임차 사업자로, 시는 서울의 영세 자영업자 대부분이 100만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서울시 내 연 매출 2억원 미만 점포 중 90% 이상이 임차 상태”라며 “자영업자들의 생존이 시급한 만큼 까다로운 심사를 배제하고, 다음달부터 신청을 받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금을 정부지원금과 중복 지급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있다. 정부가 매출이 감소한 소상공인에게 주는 100만원의 방역지원금 및 대출 형식으로 지원되는 손실지원금 등과 별개로 추가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서울의 연 매출 2억원 미만 임차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최소 200만원 이상의 현금을 중앙정부와 서울시로부터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정부, 현금 지원 잇따라서울시뿐 아니라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도 코로나19 극복 명목으로 현금성 지원에 나서고 있다.
인천시는 연 매출 3억원 이하 자영업자 22만 명에게 코로나19 피해업종 특별지원금(인당 25만원)을 다음달 지급한다. 인천시의 영세사업자 특별지원금 총사업비는 550억원이다. 코로나19로 폐업한 사업자 5만6000여 명에게도 오는 4월부터 재기지원금을 인당 25만원씩 지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달 20일부터 인천시민 전체 300만 명에게 인당 10만원씩의 일상회복지원금도 지급하고 있다.
전라남도는 연매출 10억원 이하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현금 30만원씩 총 290억원을 지난해 말 지급했다. 전라북도도 올해 방역 관련 행정명령 이행시설 6만365곳을 대상으로 인당 80만원씩, 총 480억원을 현금으로 준다. 이달 17일부터 신청받을 예정이다.
대전시는 2020년부터 시비로만 소상공인 등에게 7차례 현금을 지원했다. 지급한 예산은 총 2253억원이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총 700억원 규모로 소상공인에게 50만~200만원을 차등지급하고 있다. 재정 부담 커질 듯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잇달아 자영업자에 대한 현금 지원 방안을 내놓으면서 재정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020년 전국 243개 지자체의 통합재정수지는 10년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 8조7000억원 적자를 나타냈다. 지자체의 총수입(380조6000억원)보다 총지출(389조3000억원)이 더 많았다. 재정건전성 지표는 일제히 후퇴했다. 채무잔액 총액은 32조9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조8000억원 증가했다.
서울시의 재정 사정도 녹록지 않다. 서울시 예산 대비 채무비율은 2012년 12.07%에서 지난해 9월 기준 21.92%까지 치솟았다. 이번 소상공인 현금 지원에 들어가는 재원 등을 감안하면 지방채를 추가 발행해야 할 처지다.
자영업자들은 정부 지원이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영업 제한 시간인 오후 9시 이후에도 가게와 간판 불을 켜놓는 ‘점등 시위’를 오는 14일까지 벌인다.
하수정/강준완/임동률/임호범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