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원 오피스텔 대출한도 3.5억→1.5억…청년·신혼부부 더 막막

입력 2022-01-07 17:20
수정 2022-01-17 15:54

제주시 노형동에 사는 30대 프리랜서 정모씨는 새해 들어 내 집 마련의 꿈을 키우기가 더 어려워졌다. 지난 몇 년간 아파트 가격이 폭등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비규제지역 주택에 대한 대출도 예외 없이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대상이 돼 빚을 내기가 막막해졌기 때문이다.


연소득이 5500만원이고 마이너스통장 5000만원(금리 연 4.0%)을 갖고 있는 정씨가 비규제지역인 노형동의 시세 6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고 할 때, 지난해까지는 담보인정비율(LTV) 70%를 꽉 채워 4억2000만원까지 대출을 받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총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개인별 ‘DSR 40% 규제(연간 대출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40% 이내로 제한)’가 적용되는 올해부터는 마이너스통장을 없애지 않는 이상 담보대출로 빌릴 수 있는 금액은 1억8400만원이 최대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개인별 DSR 규제 강화에 따라 경기 김포시 통진읍, 광주시 초월읍, 제주시 노형동 등 규제지역이 아닌 곳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며 “올 7월부터 총 1억원 초과 대출로 규제 대상이 더 확대되면 대부분 담보대출에 DSR이 적용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현재 소득 낮은 청년층 더 불만그동안 대출 규제가 집중됐던 주택을 피해 청년, 신혼부부 등의 수요가 몰렸던 주거용 오피스텔도 사정은 같다. 오피스텔은 집값이 치솟은 아파트와 관리·보안 유지가 까다로운 빌라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지난해 거래가 역대 최대로 늘었지만 올해부터 대출 규제에 포함되면서 실수요자도 접근이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비주택담보대출은 올해부터 DSR을 계산할 때 적용되는 만기도 종전 10년에서 8년으로 짧아진다. 산정 만기가 줄어들면 매년 갚아야 할 원리금이 늘어나고 DSR이 올라가기 때문에 대출 한도가 그만큼 더 줄게 된다. 여기에 올해는 더 강화된 금융당국 총량규제에 따라 은행들이 월별·지점별 한도 관리, 일부 대출 판매 중단 등 각종 조치를 동원해 연초부터 대출 공급을 제한하고 있어 상환 여력이 있는 사람조차 필요할 때 원하는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

DSR 규제가 전면 도입되면 현재 소득이 적은 청년층의 상환 능력이 지나치게 과소평가되고, 자금 조달 애로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DSR 산정 때 청년층의 장래소득을 반영해 대출 한도를 늘려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실제 은행권은 지난해 7월부터 장래소득 적용 기준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시행하고 있지만 활용도는 높지 않다. 만 20~39세의 ‘임금근로자’가 ‘주택 구입 목적’으로 ‘만기 10년 이상의 비거치식 분할상환 방식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만 장래소득을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장래소득을 측정하기 위해 활용하는 자료도 통계청의 고용노동통계 중 연령별 소득 자료가 유일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근로소득자가 아니거나 신용대출 등을 받을 때는 장래소득을 반영해줄 수 없어 활용도가 제한적”이라고 했다. ○신용대출도 ‘바늘구멍’대출금리가 올라 가뜩이나 좁아진 신용대출 문은 이제 바늘구멍이 됐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은행 신용대출 한도가 신용과 직업 등에 관계없이 일괄 ‘연소득 100% 이내’로 제한됐다. 은행들은 급한 돈이 필요한 실수요자를 위해 결혼, 장례·수술 등의 경우에는 이달부터 연소득의 50%, 최대 1억원까지 추가 신용대출이 가능하도록 특별한도를 열어주기로 했지만 사전에 증빙서류를 제출하기 어려운 사람에게는 이마저 이용이 쉽지 않다.

결혼 준비 자금이 필요한 예비 신혼부부가 대표적인 사례다. 결혼을 목적으로 특별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혼인신고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신청하고 혼인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혼인신고 전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은 정작 제외된다. 올해 결혼을 계획하고 있는 이모씨(30)는 “양가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형편이어서 특별 대출에 기대를 걸었는데 결혼 예정자는 대상이 아니란 답변만 받았다”며 “대출을 받기 위해 혼인신고부터 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했다.

빈난새/김대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