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사들이 오스템임플란트가 담긴 펀드의 신규 가입을 중단하기 시작했다. 사상 초유의 횡령이 발생한 만큼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해당 주식을 담은 펀드 가입을 잠시 닫아두는 게 맞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운용업계에선 오히려 이번 사태가 투자자 혼란을 부추긴다고 반발한다. 편입 비중이 극도로 낮은 펀드의 경우엔 거래정지로 인한 악영향이 제한적임에도 불구하고 가입을 막아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7일 KB증권은 오스템임플란트가 1주 이상 담긴 펀드 79개에 대해 신규 가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오스템임플란트에 1880억원 규모의 횡령이 발생한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신규 가입을 막을 필요가 있단 판단에서다. 전날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도 같은 이유로 관련 펀드의 신규 가입 중단을 선언한 데 이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도 판매 중단 행렬에 동참했다. 오스템임플란트는 3일부로 거래가 정지된 상태로 펀드에는 최근 종가로 기준가를 계속 표시하게 된다.
판매사들은 투자자보호를 내걸었지만 운용업계에선 오히려 혼란을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오스템임플란트를 큰 규모로 담지 않는 이상 펀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데 대대적인 가입 중지로 오히려 위기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한 공모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오스템임플란트를 일정규모 이상 담은 펀드만 가입을 중단시키는 것도 아니고 모두 중단시키면 가입자가 문제가 큰 줄 알고 놀란다"며 "놀란 투자자들이 펀드런에 나서면 시장 전반의 매도로 이어지고 오스템임플란트 하나로 끝날 문제가 시장 전체의 문제로 번진다"고 말했다. 뿐만아니라 투자자들이 펀드런에 나서면 거래정지 중인 오스템임플란트 외의 종목을 팔아 환매에 대응해야 해서 펀드 내 오스템임플란트의 비중이 계속 커지는 문제도 있다. 오스템임플란트의 비중이 커질 수록 펀드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또 환매에 나서야 하는 악순환이 생기는 셈이다.
마땅한 기준 없이 가입 중단이 이뤄졌다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다른 종목에서도 종종 횡령이 발생하는데 이전까진 한 번도 펀드 신규가입이 중단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횡령 문제가 터질 때마다 펀드 가입을 막을 것이냐며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라임사태 이후로 투자자 보호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진 상황에서 사상 초유의 횡령이 터졌으니 과민반응하는 것도 이해된다"면서도 "정당한 기준 없이 판매사가 펀드 가입을 중단시키는 건 운용사 입장에선 황당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