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치료센터는 ‘작은 병원’과 같습니다. 언제든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는 고위험 코로나19 환자를 감염내과·중환자의학과·영상의학과 의사와 간호사들이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있어요. 상황이 나빠지지 않도록 조기에 관리해서 환자들이 무사히 퇴소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우리의 역할입니다.”
김형진 삼성서울병원 생활치료센터장(사진)은 6일 “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지만 증상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 집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중간지대’ 환자를 위해 생활치료센터는 꼭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이 서울 동대문구에 코로나19 거점 생활치료센터를 연 것은 지난해 10월 5일이다. 국내 민간병원으로는 처음이었다.
생활치료센터를 이끌고 있는 김 센터장은 삼성서울병원 국제진료센터 류마티스내과 교수다. 2년 전 삼성전자가 용인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내놨을 때 김 센터장이 현장에서 시설 구축 등의 작업을 지휘했다. 김 센터장은 2008년부터 삼성서울병원 류마티스 내과에서 환자를 진료해왔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홍역을 치렀던 삼성서울병원은 재발 방지를 위해 전문 의료인력과 환자 관리 시스템을 마련했다. 이 때문에 감염병 대처 능력 면에선 국내 민간병원 중 최고로 꼽힌다. 거점 생활치료센터에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나이가 많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이 주로 입소한다. 재택 치료가 기본이 된 지금도 거점 센터는 방역시스템에서 ‘필수’다.
재택 치료가 확대되면서 삼성서울병원도 거점 센터 규모를 150병상에서 300병상으로 2배 키웠다. 3개월 남짓한 시간에 센터를 거쳐간 환자는 1400명이 넘는다. 매일 환자가 30~40명씩 새롭게 들어오고 나간다.
김 센터장은 “환자가 잠을 잘 때도 의료진은 계속 지켜보다가 조금이라도 이상 반응을 보이면 바로 방호복을 입고 달려간다”고 했다. 그는 “환자의 기저질환이 악화하지 않는지, 기침·발열·호흡곤란 등이 심해지지 않는지 등 작은 변화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항상 모니터를 주시하고 있다”며 “의료진끼리 연락할 땐 전화번호를 누르는 시간조차 아까워 무전기를 사용할 정도”라고 말했다.
상황이 위급해질 때 환자가 치료받을 수 있는 병원을 빠르게 찾는 것도 생활치료센터의 몫이다. 최근엔 골다공증을 앓고 있는 코로나19 환자가 센터에 입소했다가 골절이 발생했다. 근처 병원에선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이유로 진료와 치료를 꺼렸다. 다섯 곳에서 거절당했지만 센터 의료진이 포기하지 않고 연락을 돌린 끝에 결국 환자 전원에 성공했다.
만만치 않은 생활치료센터 운영에 선뜻 나선 이유를 묻자 김 센터장은 “설립 이념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병원 운영도 빠듯한데 인력을 따로 떼어내 센터를 운영하는 건 결코 쉽지 않았다”며 “그래도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는 이념과 책임감으로 어느 병원보다 더 많은 의료 자원을 투입했다”고 강조했다.
오는 12일은 삼성서울병원 생활치료센터가 문을 연 지 100일째 되는 날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의료진은 센터를 거쳐간 환자들이 남긴 편지를 읽으며 힘을 낸다고 했다. “오로지 사명감 하나로 혼신의 힘을 다하고 계신 의료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우리 모두 하루빨리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