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희 삼성전자 DX(디지털경험) 부문장(부회장·사진)이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TV 생산을 늘리기 위해 베트남뿐 아니라 멕시코와 슬로바키아에도 공장을 증설한다고 5일(현지시간) 밝혔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준비하고 있느냐는 질문엔 “조만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LED 소자 정렬 신기술 개발 중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2’에 참가한 한 부회장은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 시저스팰리스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향후 사업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과 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장(사장)을 비롯한 DX부문 주요 임원도 간담회에 참석했다.
마이크로 LED는 마이크로미터(㎛·1㎛=100만 분의 1m) 단위의 LED 소자가 픽셀마다 빛을 내 화면을 표현하는 디스플레이다. 색상과 밝기를 정확히 표현할 수 있지만 110인치 기준 TV 가격이 1억7000만원에 달해 시장 규모가 커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
삼성전자는 레이저로 한 번에 LED 칩 여러 개를 기판에 정렬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생산 속도를 1500배 높였다. 한 부회장은 “LED 칩을 하나씩 정렬시켜 제조했던 기존 ‘더 월’에 비해 원가를 4분의 1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며 “2400만 개 칩을 한 번에 정렬시키는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최종 목표는 마이크로 LED TV 가격을 1000만원대까지 낮추는 것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생산량도 본격 늘리기로 했다. 한 부회장은 “89인치 TV 출시가 늦어진 것도 생산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진행 중인 베트남 공장 증설을 차질 없이 마무리하고, 지난해 말 완공된 멕시코 공장과 올 3월 완공할 슬로바키아 공장의 마이크로 LED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리겠다”고 얘기했다. 이어 “일정 생산능력이 확보되면 다양한 사이즈의 제품도 공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수의 M&A 진행삼성전자의 M&A 체결이 임박했다는 소식도 내놨다. 한 부회장은 “세트(가전·모바일)와 부품(반도체)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다수의 M&A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단기적인 프로젝트와 중·장기적인 프로젝트를 모두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어디서 먼저 성사될지는 알 수 없지만 여러분 생각보다 저희는 훨씬 빨리 뛰고 있다”고 했다.
이번 CES 2022에서 QD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생산량이 많지 않아 공개가 어려웠다”며 “마이크로 LED와 QLED의 중간 정도 프리미엄 라인으로 꾸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로부터 OLED 패널을 공급받을 것인지 여부에 대해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있다”고 답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 부회장은 DX부문 통합 이후의 전략 방향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비즈니스를 재정의해야 하는 때가 왔다”며 “기기 중심 사고에서 소비자 경험으로 초점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과 생활가전이 긴밀히 연결되는 서비스를 다수 내놓고, 부서 간 칸막이도 없애기로 했다.
가전 사업은 맞춤형 가전 브랜드인 비스포크를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방침도 공개했다. 이 사장은 “한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소비자가 원하는 맞춤형 제품을 즉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비스포크 출시 국가를 50개 이상으로 늘리고 품목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업은 플래그십 모델 리더십을 강화하고, 폴더블폰 대세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노 사장은 “화면을 두 번 접는 S플립·G플립 등 새로운 폼팩터 제품을 꾸준히 개발 중”이라며 “완성도를 충분히 끌어올리면 제품으로 출시하겠다”고 했다.
라스베이거스=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