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맨해튼 부동산 시장 '호황'…고급 아파트도 불티나게 팔려

입력 2022-01-05 17:54
수정 2022-02-04 00:01
미국의 대표 부촌 중 한 곳인 뉴욕 맨해튼의 부동산시장이 지난해 대호황을 누렸다. 주식, 암호화폐 투자에 성공한 개인들이 맨해튼 부동산을 ‘가치 저장소’로 선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CNBC는 지난해 맨해튼 부동산 거래액이 300억달러(약 36조원)에 달해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맨해튼에서 성사된 부동산 계약은 1만6000건 이상으로 사상 최다 기록을 세웠다.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올랐다. 맨해튼 아파트의 평균 가격은 가구당 195만달러(약 23억4000만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중간값 기준으로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올라 코로나19 이전 시세에 근접했다.

초고가 주택 매수세도 불붙었다. 부동산 중개업체 서한트에 따르면 매물로 나온 뒤 가장 빨리 팔린 주택 가격대는 1000만달러 이상이었다. 이들 주택은 매물로 나온 지 97일 안에 새 주인을 찾았다. 5000만달러(약 599억원) 이상 부동산 거래도 지난해 최소 8건 체결됐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는 고급 주택가에 있는 아파트 5가구를 1억1900만달러에 사들였다. 중국 알리바바의 공동 창업자인 차이충신은 2층짜리 아파트를 1억5700만달러에 매수했다.

CNBC는 현지 중개업자들을 인용해 지난해 맨해튼 부동산 거래의 절반 이상이 전액 현금 지급으로 이뤄졌다고 전했다. 코로나19 이후 뉴욕증시와 암호화폐시장이 달아오른 결과 막대한 부를 쌓은 개인들이 매수자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매수자 상당수는 실거주보다는 투자 목적이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 CNBC는 “금융자산을 실물자산으로 전환하려는 수요가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맨해튼 부동산의 인기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부동산회사 밀러새뮤얼과 더글러스엘리먼에 따르면 작년 4분기 거래액은 67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매물이 줄면서 매수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이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