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학기업인 3M과 바스프는 UC샌디에이고의 생체영감로봇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로봇의 외형을 사람처럼 부드럽고 안전하게 하기 위한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미국의 3대 소프트로봇 연구소를 이끄는 로널드 피어링 UC버클리 명예교수, 마이클 톨리 UC샌디에이고 교수, 엘리엇 호크스 UC샌타바버라 교수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패러다임 전환기가 도래했을 때 이를 대비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 간 격차는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의 ‘글로벌 퓨처테크 현장을 가다’ 특별취재팀은 4일 미 소프트로봇 연구 권위자 3명과 국내 전문가인 박용래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화상 대담 및 인터뷰를 했다. 소프트로봇은 좁게는 금속성을 띤 로봇의 외형을 말랑말랑한 물성의 소재로 대체하는 것부터 넓게는 인간과 로봇의 공존을 준비하는 영역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2017년 27조원에서 연평균 32%씩 성장해 2025년이면 193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호크스 교수는 “세계 1위 항공기 제조사인 보잉은 덩굴의 원리를 적용한 소프트로봇을 항공기 제작 현장에 투입하기로 했다”며 “상상에나 있던 로봇이 산업 현장과 일상으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UC버클리 생체모방밀리시스템연구소를 이끄는 피어링 교수는 “반도체를 생산하는 자동화 로봇은 1나노미터(㎚) 단위의 오차까지 줄이는 게 목표지만 아기에게 밥을 주는 로봇은 얼마나 친밀하고 안전하게 아이를 돌보는지가 더 중요하다”며 “퍼스널 로봇의 시장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연합(EU)은 소프트로봇 등 미래 유망 산업에 투자하는 ‘호라이즌 2020’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일본은 ‘사이언스오브소프트로봇’이라는 국가 지원 프로젝트를 출범시켰다. 호크스 교수는 “‘정말 미쳤다’고 생각되는 아이디어(crazy idea)를 적극 지원해야 소프트로봇 분야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화상인터뷰=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