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이상 걸리는 신약 개발, AI로 기간·비용 크게 줄인다

입력 2022-01-04 17:48
수정 2022-01-05 01:53
신약 하나가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통상 2조원가량의 비용과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세포 단계에서 약물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동물·사람에 대해 전임상·임상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탈락’하는 게 절대다수다. 미국의 경우 평균적으로 약물 후보 물질 1만 개 중 인체 임상에 들어가는 물질은 5개. 이 중 20%인 단 한 개만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을 받아 상용화에 성공한다.

넷타겟은 이 같은 신약 개발 과정을 효율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스타트업이다. 유전자·단백질 등 생명 구성 요소 간 네트워크를 탐구하는 시스템 생물학에 AI를 접목했다. AI가 대규모 생물학 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기반으로 질환·질병 발생 구조(메커니즘)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약물을 어느 유전자나 단백질에 적용해야 효과적일지 ‘신약 타깃(표적)’을 골라내는 식이다.

넷타겟은 신약 타깃 선정 과정에 자체 AI 기반 DB와 플랫폼을 활용한다. 대규모 컴퓨터시뮬레이션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약물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특징이다. AI 메커니즘 분석 플랫폼인 N-MAP은 생체 분자 네트워크를 재구성해 세포 내 생명 현상을 시뮬레이션으로 구현한다. 이를 통해 약물 효과를 집중 적용할 표적을 고른다.

N-CAP 플랫폼에선 발굴한 신약 타깃에 대해 적합한 약물 후보 물질을 도출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약물 효과가 체내 어느 네트워크로 어떻게 퍼질지 검증한다. 이 과정에서 각종 가설을 세워 일부 변수를 바꿔보는 식으로 가상 실험도 한다. 세포 내에서 동적인 특성 변화를 유발하는 핵심 인자를 찾는 과정이다. 여기서 나온 결과를 이후 실제 실험으로 검증한다. 넷타겟은 이들 과정을 기반으로 암세포 유형별 약물 효능을 예측하고, 환자군을 분류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국제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게재하기도 했다.

넷타겟은 조광현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연구실에서 일했던 최민수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조 교수 등과 함께 2019년 8월 스핀아웃(분사) 형식으로 공동 창업했다. 넷타겟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만드는 기업’이라는 게 최 CEO의 생각이다.

넷타겟은 앞으로 자체 신약 물질을 개발하는 데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AI 시뮬레이션을 통해 약에 대한 내성 극복 방법을 찾는 등 환자 맞춤형 치료제를 개발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AI에 자연과학·공학 분야 지식을 학습시키며 연구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있다. 신약 개발 초기 단계 타깃 발굴 등에서 강점이 있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AI 신약 개발 시장을 공략한다는 목표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