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의 맛에 반했다…1등 편의점 레시피 만든 '센트럴 키친'

입력 2022-01-04 17:11
수정 2022-01-05 02:00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이 편의점업계에서 나홀로 두각을 보이고 있다. 경쟁사인 GS리테일을 점포 수에서 앞선 데 이어 영업이익마저 1위로 올라설 기세다. 편의점의 본질에 집중하며 핵심 경쟁력을 내재화한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 속에 홍석조 회장이 300억원을 투자해 만든 센트럴 키친이 비밀 병기로 주목받고 있다. ‘핵심 주방’ 역할을 하는 센트럴 키친이 수익성 개선과 매장 확장의 일등 공신이라는 분석이 나온다.센트럴 키친으로 ‘식품전쟁’ 승기4일 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의 밀키트, 도시락 등 식품 매출 비중은 56%를 넘어섰다. 경쟁사들은 아직 50%대 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익률이 35%에 달하는 식품 부문은 편의점 수익성을 이끄는 효자 품목이다. 과거 편의점의 주력이던 담배와 비식품 이익률은 10%에도 못 미친다. 식품 판매가 늘면서 CU의 담배 매출 비중은 지난해 사상 처음 40% 아래(38.4%)로 떨어졌다.

BGF리테일 안팎에선 이 같은 질적 성장의 일등 공신으로 센트럴 키친을 꼽는다. 충북 진천 중앙물류센터에 있는 센트럴 키친은 밀키트와 도시락 등을 반조리 상태로 제조해 각 지역 제조 협력사로 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전까지는 영남 호남 충청 강원 등에 산재한 협력사에서 지역 내 편의점에 납품하는 식품을 제조했으나 맛과 품질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다. BGF리테일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조리 상태까지 조리하는 센트럴 키친을 설립했다. 재료를 한꺼번에 많이 들여오면서 바잉파워가 생기고 조달비용도 낮아졌다.

2020년 상반기 50% 수준이던 센트럴 키친 가동률은 지난해 95%를 넘어섰다. 센트럴 키친 투자는 홍 회장이 과감한 결정을 내린 덕분에 이뤄졌다는 전언이다. 편의점업계의 수익성이 박한 상황에서 수백억원 규모 투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12년 수천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감수하고 일본 패밀리마트와의 상표 로열티 계약을 끊은 홍 회장이 다시 결단을 내렸다.

당시 홍 회장은 “사과나무를 키워 열매를 따먹지만 정작 나무는 우리 것이 아니다”라고 임직원을 설득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오너의 결정이 없었다면 업계 최초 시도에 수백억원을 투자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경쟁력 기반 내재화…“경쟁사 앞설 것”BGF리테일은 연구개발(R&D)센터 역할을 하는 자회사 BGF푸드를 통해 차별화된 식품과 레시피를 연구 중이다. 시장에서도 핵심 경쟁력의 내재화를 통한 상품 차별화를 BGF의 경쟁력으로 평가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고수익 식품 비중을 늘린 BGF리테일이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약 30% 증가한 2085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와 내년에도 연간 20% 이상의 이익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19로 증가한 근거리 쇼핑과 1020세대의 새로운 수요를 식품 경쟁력을 앞세운 BGF리테일이 가져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BGF의 CU는 점포 수에서도 GS25를 앞섰다. 지난해 말 CU 점포는 1만5700여 곳으로 GS25에 300~400개가량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BGF리테일이 실적 개선에 힘입어 지난해 6월 19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를 회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신규 출점이 제한적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면서 BGF리테일 주가는 14만2000원(4일 종가 기준)에 머물고 있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BGF리테일은 편의점 포화 우려에도 출점 효과가 지속되는 중”이라며 “상품군 차별화 등을 통해 최소 내년까지는 경쟁사를 압도하는 실적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