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1월 04일 15:3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테크 기업이 에너지 사용, 공급망 관리, 데이터·사이버 보안 등 여러 영역에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삼정KPMG는 4일 발간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ESG 동향과 시사점'을 통해 테크 기업이 직면한 ESG 리스크 요인을 파악하고 이에 따른 우선순위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빅테크 기업의 ESG 경영 사례를 분석하고 글로벌 선도 빅테크 기업의 ESG 경영 전략을 소개했다.
ESG는 기업들의 리스크 관리를 넘어 새로운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테크 업계에서도 ESG 경영이 확산되고 있다. KPMG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테크 기업의 70%는 탄소 배출 저감 목표를 설정했다. 또 50%가 기후 변화 이슈를 리스크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고 66%가 기업의 활동을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크 기업은 데이터센터, 생산 설비 가동으로 인해 전력 사용량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복잡한 공급사슬에서 인권 및 환경 이슈가 발생할 수도 있다. 데이터 보안과 사이버 공격에 민감한 데다 탄소 배출 관련 글로벌 규제 강화 추세도 주요 ESG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또 제품 생산·유통 과정에서 오염과 폐기물이 발생하고 인공지능(AI)과 같은 신기술 개발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사회적, 윤리적 이슈가 생길 수도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사용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재생가능 에너지를 발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친환경 데이터센터 구축의 일환으로 자연 냉각이 가능한 해저에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는 프로젝트 나틱(Project Natick)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책임 있는 원자재 소싱 및 공급망 관리를 위해 RMI(Responsible Minerals Initiative) 협의체에 가입해 공급망을 관리하는 테크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코발트 채굴 과정에서 아동 노동 착취, 인권 침해, 불법 운영 등의 이슈가 불거지면서 테슬라는 ‘코발트 프리’를 선언하며 향후 코발트를 자사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탄소 배출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기업의 의무로 자리잡으면서 빅테크 기업도 친환경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첨단 기술과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 탄소 절감 이니셔티브를 실천하고 있다. 테슬라는 엑스프라이즈 재단(XPRIZE Foundation)을 통해 비용 경쟁력을 갖춘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개발을 위한 대회를 진행중이다.
글로벌 테크 기업은 자원을 채취해 대량 생산하고 폐기하는 선형경제의 대안으로 순환경제(Circular Economy)에 주목하고 있다. 순환경제는 폐기물 최소화에 그치지 않고, 자원 채취-생산-소비-재활용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는 데 초점이 맞춰진 모델이다.
테크 기업이 개발하고 있는 AI 알고리즘은 각종 편견과 불평등, 차별을 유발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음성·이미지 합성 기술의 경우 보이스피싱, 가짜 뉴스, 딥페이크 영상 등 부적절한 의도로 오용 또는 남용될 가능성이 있다. 테크 기업들은 인간이 기술에 대한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발적으로 AI 원칙을 만들고 있으며, 정부 차원에서도 AI의 부작용과 오남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메타(옛 페이스북)의 경우 지난 10월 페이스북 커넥트 연례 행사에서 ‘책임 있는 혁신 원칙’하에 메타버스 서비스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삼정KPMG 전자정보통신반도체 산업 리더인 염승훈 부대표는 "테크 기업은 제품·서비스가 기획되는 초기 단계부터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고 폐기되는 전체 라이프사이클에 걸쳐 발생할 수 있는 ESG 리스크 요소를 파악해야 한다"며 "한 국가에만 한정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테크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되는 ESG 규제를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