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부터 제품 시황 악화에 시름한 석유화학기업들 주가 하락세가 당분간 더 이어질 전망이다. 제품 수요 회복은 요원한데 공급이 더 늘어날 예정이기 때문이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대한유화는 1.37% 하락한 18만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전장보다 3.55% 낮은 17만6500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보합(21만7000원)으로 마감한 롯데케미칼도 장중 21만2000원까지 빠지기도 했다.
석유화학기업들 주가는 작년 마지막주부터 내리막을 탔다. 지난달 27일 종가 22만9000원이었던 롯데케미칼은 4거래일 만에 5.24% 하락했다. 같은 기간 대한유화는 6.72%, 금호석유는 10.22% 각각 내렸다.
석유화학제품 시황이 악화된 여파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마지막주 납사분해설비(NCC) 기업의 수익성 지표(스프레드)는 t당 308달러로 연중 최저 수준이었다. 2020년 4분기 평균인 t당 480달러와 비교하면 35.83% 급락한 수준이다.
석유화학 제품의 수요 회복 지체와 공급 증가, 원재료비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으로 인한 공급망 병목 현상에다, 작년 10월 중국 정부가 전력 통제에 나서 공장이 멈춰선 탓에 수요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반도체 칩 문제 등으로 인해 석유화학 제품을 구매하는 전방 수요업체가 연중 구매 계획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석유화학 설비 증설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 4분기에는 한국의 현대케미칼(85만t), 중국 ZPC(140만t), 미국 액손(180만t) 등이 생산능력을 늘렸다. 올해 상반기에는 미국 셀(180만t), 인도 HPCL(80만t), 중국 페트로차이나자이양(120만t) 등의 증설이 예정돼 있다.
비용 압력 역시 커지고 있다. 작년 유가 급등 시기에 납사(석유 정제 부산물로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재료)를 비싼 값에 구매했지만, 최근 유가가 다시 안정화되면서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작년 8월 배럴당 60달러대에서 거래되다가 같은해 10월26일 84.65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월 인도분 WTI는 배럴당 76.0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그나마 지난달 초 65.56달러까지 빠졌다가 일부를 회복한 것이다.
황 연구원은 “작년 10~11월 t당 770~800달러의 고가에 납사를 구매했던 화학업체들은 12월 말~1월 적자폭이 크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며 “작년 4분기 회계에 원료로 인한 저가법 손실은 롯데케미칼 500억원, 대한유화 100억원 등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대한유화에 대해 “올해 상반기 석유화학 부문의 분기 적자 충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의 시황 악화는 계절적 비수기에 진입한 영향이며, 조만간 시황이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등 완화적 정책과 오는 2~3월 동계올림픽 기간 오염물질 배출 업종인 화학설비 가동 규제 등을 감안할 때 춘절을 전후해 시황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