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일부터 시행하는 대형마트·백화점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접종자라는 이유로 생필품 구매까지 제약을 둔 데다 다른 시설에 비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다는 근거도 약하기 때문이다.
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면적 3000㎡ 이상인 상점·마트·백화점 등은 이달 10일부터 방역패스 적용이 의무화된다. 마트와 백화점에 들어가려면 코로나19 예방접종을 완료했거나, 48시간 이내 유전자증폭(PCR) 음성확인서를 갖고 가야 한다. 정부는 지금까지 이들 시설은 출입구가 많아 관리가 어렵고, 생필품 구매 등 기본생활에 필수적인 시설이라는 이유로 방역패스 적용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자영업자 사이에서 “식당·카페는 죄면서 대형마트·백화점은 왜 방관하느냐”는 비판이 나오자 방역패스 적용 범위에 포함했다.
반대 여론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마트·백화점 방역패스를 발표한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의식주를 침해하는 방역패스를 철회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3일 오전까지 3000여 명이 동의했다. ‘방역패스를 철회하고, 백신 효율성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는 글은 3일 만에 동의 건수가 1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 2일엔 의료계 인사 등 1023명이 방역패스를 철회하라는 집단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마트·백화점은 방역패스가 적용되지 않는 시설보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낮은데도 이용을 제한했다는 게 이들 주장의 핵심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대형마트·백화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 건수는 31건이다. 관련 확진자 수는 754명이다. 교회에서 일어난 집단감염 규모(233건·7491명)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의료계에서도 “마트·백화점 방역패스의 확진자 감소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방역당국도 이런 점은 인정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들 시설은 실내에 여러 사람이 모인다는 점에서 감염 위험이 아예 없진 않다”면서도 “이용객이 장시간 한 자리에 머물거나, 마스크를 벗는 행위들이 동반되지는 않기 때문에 식당·카페에 비해 위험성이 더 크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했다.
교회 등 종교시설과의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앞서 정부는 ‘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시설에 방역패스를 왜 적용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종교시설도) 백화점처럼 여러 목적으로 출입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백화점으로 방역패스를 확대 적용한 이번 조치에서도 종교시설은 빠지면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종교시설은 미접종자를 포함할 경우 수용인원의 30%(최대 299명)까지 입장할 수 있다.
이날 전남 광주에선 새로운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에 감염된 후 사망한 사례가 확인됐다. 요양병원 입원환자 90대 A씨는 지난해 10월 말 아스트라제네카(AZ) 2차 접종을 마쳤다. 그러다 병원 내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으로 지난달 26일 코로나19에 걸린 후 하루 만에 숨졌다. 사망 후인 30일 방역당국 분석 결과 오미크론 감염이 확정됐다. 같은 요양병원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된 후 사망한 90대 B씨도 역학적 관련이 있어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