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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가 차량 인도량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우려를 씻어냈다. 올해 생산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가 상승 여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전기차 3인방으로 불리는 샤오펑, 리샹, 니오도 사상 최대 인도량을 기록하면서 테슬라를 맹추격하고 있다.
테슬라, 만드는 족족 다 팔린다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해 차량 93만6172대를 인도했다. 2020년보다 87% 급증한 수치이며 시장 전망치인 89만7000대를 크게 웃돌았다. 지난 4분기에 인도량이 급증한 덕분이다. 테슬라의 인도량은 지난 4분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70% 늘어난 30만8600대를 기록했다.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인 26만7000대를 상회했다.
테슬라의 리스크는 공급이었다. 수요는 문제가 안 됐다. 지금 주문하면 10개월가량 기다릴 만큼 주문이 밀려서다. 댄 레비 크레디트스위스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에서 “테슬라의 인도량은 곧 공급 능력과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테슬라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을 뚫고 최대 인도량을 달성하면서 공급 걱정을 덜게 됐다는 평가다.
올해부터는 독일과 텍사스 공장이 가동되면서 공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올해 테슬라의 생산량을 150만 대로 예측했다. 미국 증권사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올해 테슬라의 생산능력이 최대 200만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올해 전기픽업트럭 모델인 사이버트럭이 생산될 예정인데, 사전 예약 주문이 약 120만 대에 달한다.
최근 월가 전문가들은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지난해 주가가 약 44%나 뛰었지만 여전히 상승 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목표 주가로 도이체방크는 1200달러, 웨드부시는 1400달러를 제시했다. 주가가 크게 고평가되지 않았다는 의견도 있다. 투자전문매체 모틀리풀은 “테슬라는 자동차 업계보다 기술주와 비교해야 한다”며 “테슬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성장이익률(PEG)은 6.69배로 다른 기술주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라고 했다. 쾌속 질주하는 中 전기차 3인방중국에선 테슬라의 독주를 중국 전기차 3인방인 샤오펑, 리샹, 니오가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업체는 샤오펑이다. 샤오펑은 2020년까지만 해도 인도량 2만7041대로 3인방 중 가장 뒤처졌었다. 하지만 지난해 263% 급증한 9만8155대를 인도하면서 단숨에 인도량 기준 1위로 올라섰다.
리샹도 지난해 2020년(3만2624대)보다 177% 늘어난 9만491대를 인도했다. 반면 니오는 다른 두 업체에 비해 다소 부진한 실적을 냈다. 니오의 지난해 인도량은 9만1429대로 전년 대비 49.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가도 뉴욕증시에서 지난해 약 40% 하락했다. 샤오펑(+14%), 리샹(-1%)과 대비된다. 하지만 올해 신차 3종을 인도할 예정이며 밸류에이션이 낮아 투자 적기라는 관측도 있다.
이 업체들의 인도량이 급증한 것은 전기차 보조금 삭감을 앞두고 수요가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는 전기차 구매 시 지급하는 보조금을 올해 말까지만 주기로 하고 올해 보조금 액수도 작년 대비 30% 감액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올해도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이라는 지위를 지킬 전망이다. 지난해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약 240만 대로 전년(117만 대)의 두 배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승용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은 550만 대에 달할 전망이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