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또 악재 터졌다…中, 하이난 인공섬 아파트 철거령

입력 2022-01-03 14:09
수정 2022-01-03 14:20

중국 지방정부가 헝다에 하이난 인공섬에 짓고 있는 아파트 건물 39개 동을 철거하라고 명령했다.

3일 신경보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인터넷에는 하이난성 단저우시가 헝다에 보낸 철거 명령 공문 사진이 확산하고 있다. 단저우시 당국은 작년 12월30일자 공문에서 도시계획법 위반을 이유로 헝다 측에 하이화다오(海花島) 2호섬에 있는 건물 39개 동을 10일 내에 철거하라고 명령했다. 10일 내에 철거하지 않으면 당국이 직접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하이화다오는 헝다가 단저우시 해안에서 600m 떨어진 바다를 매립해 만든 인공섬이다. 꽃 모양을 한 1호섬이 중심에, 나뭇잎 모양을 한 2호섬과 3호섬이 양 옆에 자리 잡고 있다.

헝다는 1600억위안(약 29조9000억원)을 투자해 이 인공섬에 호텔, 테마파크, 워터파크, 쇼핑센터, 영화 촬영 세트, 아파트 등을 짓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철거 명령 대상은 주거 전용 지역인 2호섬의 3기 프로젝트로 총 건축면적은 43만㎡에 달한다. 한 집 면적을 200㎡로 잡아도 2000 세대가 넘는 규모다.

중국 부동산업계에선 하이화다오 내 주택 평균 분양가가 1㎡당 1만8000위안(약 337만원)가량이었으며, 39개 전체 건물 철거로 헝다의 손실이 77억위안(약 1조44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매체들은 이번 건물 철거 명령이 하이화다오사업 '바로잡기'와 관련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규모 매립을 통해 인공 섬을 조성한 하이화다오 사업을 두고 오랫동안 환경 파괴 논쟁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하이난성은 2019년 하이화다오를 대상으로 전면 조사를 벌여 14건의 불법 행위를 적발, 2억1500만위안(약 402억원)의 벌금을 부과한 바 있다. 하이난성은 2020년에는 이번에 철거 명령 대상이 된 39동의 건물 공사를 전면 중단시키고 '적절 처리 방안'을 지시했다.

헝다는 지난달부터 공식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에 빠진 상태다. 중국 당국은 헝다에 파견한 광둥성 업무팀과 국유기업 관계자들을 주축으로 회사 내부에 설립된 리스크해소위원회를 통해 헝다 사태를 사실상 직접 통제하고 있다.

당국의 적극적 관여 속에서 자금난으로 대거 멈춰 섰던 헝다 건설 프로젝트 가동률이 높아진 상태다. 중국 당국은 사회 동요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헝다가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완공해 150만 명에 달하는 수분양자들에게 주택을 넘기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쉬자인 헝다 회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공사 재개율이 91.7%에 달하며, 지난 4분기 5만3000 채의 주택을 완공해 고객에게 인도했다고 밝혔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