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술을 선점하는 기업이 모든 것을 차지하는 기술 패권 시대가 왔다. 임인년(壬寅年) ‘검은 호랑이의 해’를 맞아 각 기업은 글로벌 정글을 헤쳐나갈 호랑이 같은 기업이 되기 위해 기술 선점에 나섰다. 자체 연구개발(R&D)은 물론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미래 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기업들은 올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신기술로 패권 확보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통합 세트 부문인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을 출범시켰다. CE(소비자가전)와 IM(IT·모바일) 부문이 한 조직이 됐다. 조직 간 장벽을 허물어 융복합 시대에 대비하겠다는 포석이다. 반도체 사업을 이끄는 DS(디바이스 솔루션) 부문의 올해 목표는 선단공정 조기 개발과 글로벌 리더십 강화다. 14나노(㎚·1㎚=10억분의 1m) 이하 D램, 200단 이상 낸드플래시 등 차세대 제품 솔루션을 선보이고, 메모리 분야 원가 경쟁력도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자율주행 레벨3 기술을 양산차에 처음 적용해 자율주행 시대를 본격 개막한다. 레벨3는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떼도 차량이 스스로 앞차와의 거리, 차로를 유지하는 단계다. 현대차는 차세대 전기차에 이어 ‘조건부 자율주행차’를 출시하며 미래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변신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전기차 경쟁력은 더욱 높인다. 올해 차세대 전기 세단 아이오닉 6와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 GV70 전기차, 기아 신형 니로 전기차 등을 선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전기차 2차전지 업체는 차세대 하이니켈 배터리 양산을 본격화한다. 니켈 함량을 크게 늘린 하이니켈 배터리는 기존 전기차 배터리보다 용량과 출력을 높일 수 있어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로 꼽힌다.
포스코그룹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극재, 음극재는 물론 이들의 핵심 원료인 리튬과 니켈, 흑연을 공급할 수 있는 2차전지 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2030년까지 리튬 22만t·니켈 14만t 자체 공급, 양극재 42만t·음극재 26만t 생산체제를 달성해 글로벌 선두권 업체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M&A, R&D 등을 통해 우주산업 등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한화의 우주산업을 총괄하는 스페이스 허브는 KAIST와 공동으로 국내 최대 규모 우주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한화시스템은 미국 오버에어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ESG 경영 본격 강화SK그룹은 새해를 맞아 ESG 경영 강화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 화학 사업 자회사 SK지오센트릭은 지난해 말 코오롱인더스트리와 친환경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PBAT)를 출시했다. SK텔레콤은 카카오와 공동 출자한 ESG펀드를 통해 ESG 분야 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본격 시작한다.
LG그룹도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ESG 기반 사업을 강화한다. 특히 석유화학 부문은 고부가 지속가능성 분야 및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전환한다. 바이오 나프타, 생분해성 소재 등 바이오 소재와 재활용 플라스틱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기로 했다.
한화는 수소 분야 밸류체인 구축에 속도를 내며 탄소중립을 선도하고 있다. 그린수소 공급부터 압축, 운송, 충전, 발전 및 활용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을 그룹 내에 갖춰나가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작년 8월 프랑스 재생에너지 전문기업 RES프랑스를 1조원에 인수했다.
GS의 올해 성장전략 중 하나도 ‘친환경’이다. GS칼텍스는 LG화학과 손잡고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기차 배터리 특화 서비스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GS칼텍스에서 전기차를 충전하는 동안 주행 및 충전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면 LG화학의 배터리 서비스 알고리즘이 배터리 상태와 위험성을 분석하는 방식이다.
김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