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에 쓴소리한 김형오 "말 수 줄여야…정치는 타이밍의 예술"

입력 2022-01-02 20:45
수정 2022-01-02 20:46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 쓴소리를 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새해 국민의힘에 보내는 쓴 약 세 봉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윤 후보의 지지율 하락 등 위기의 원인으로 선거전략, 실언, 절박감, 참모문제 등을 꼽았다.

그는 윤 후보에 대해 "정치를 바꾸겠다고 하면서 새 문법이 아닌, 구식 문법으로 대답한다. 말에 설득력이 없고 진정성이 묻어나오지 않는다"며 "윤 후보가 부르짖는 상식과 공정은 정의와 양심의 다른 이름이다. 여기에 합리와 포용을 덧붙인다면 정치인 윤석열의 후보로서의 이미지가 완성되는 것인데 그 어느 하나 제대로 보여주질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준비 안 된 아마추어 정치인 그대로 서툴고 부족하고 때로는 불안하기까지 하다"며 "상대 후보의 식언(食言)을 실언(失言)으로 상쇄시켜주는 형국이다. 수습 태도나 능력 또한 떨어지고, 번번이 타이밍을 놓친다"고 말했다.

김 전 의장은 이같은 문제의 원인으로선거 전략의 오류를 들었다. 그는 "우월성보다는 차별성이 우선이고 핵심이어야 한다"며 "기성 정치인 이재명과는 확연히 다른 나만의 매력을 부각해야 하는데 더 나은 점을 내세우려다 보니 엇박자가 나고 있다"고 짚었다.

이어 "기성 정치인 흉내내기로 비쳐서도 안 된다"며 "정책과 기본 방향은 되돌아보고 어투·행동·인사법도 모두 바꿔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 전 의장은 또 "말은 하는데 메시지가 없다"며 "소리는 거칠고 강하지만 핵심도 강조점도 불분명하다"고 말하며 "우선 말수를 줄여야 한다. 하고 싶은 말의 10분의 1만 한다고 생각해야 그 말에 힘이 붙고 전달력과 설득력이 생긴다"고 꼬집었다.

이어 "말 못한다는 YS가 말 잘한다는 DJ와 맞짱 담판을 해도 밀리지 않은 것은 특유의 승부사 기질에 정곡을 찌르는 말 때문이었다"라며 "정치인의 말은 국민이 공감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생명력이 솟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세 번째 원인으로는 절박감을 꼽았다. 그는 "국민과 생사고락을 함께 하려는 의지, 애절함이 가득해야 한다"며 "속은 자신감으로 무장하되 겉으로는 절박감을 표출할 때 유권자는 비로소 마음 문을 열고 후보를 받아들인다. 거듭 강조하지만 진정성이 윤석열과 이재명을 가르는 구분점"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참모 문제도 짚었다. 김 전 의장은 "참모를 활용해야 하는데 주변에 얼찐거리는 사람은 보여도 필요한 사람이 안 보인다"며 "유능하고 슬기로운 참모라면 때를 놓치지 않고 바른 소리, 듣기 싫은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런 능력 있고 충직한 참모를 곁에 두려면 먼저 후보가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된다"고 했다.

그는 "'윤핵관' 문제로 내부 홍역을 치르다 보니 '핵관'들이 몸을 움츠리는지, 아예 그런 사람이 없는지 알 수는 없다"며 "후보는 참모를 가리지 않아야 하지만 말은 가려서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전 의장은 윤 후보의 가족리스크 대응과 관련해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라는데 대체로 반응이 늦다. 가장 심각하고 치명적인 예가 부인 김건희씨 문제"라며 "어쩌면 이리도 미숙하고 어정쩡하게 대처할 수가 있을까.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기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에 대한 윤석열의 무한한 존경심과 나라 사랑의 간절함이 진정성 있는 태도와 절제된 언어로 표출된다면 위기는 새로운 희망이 될 것"이라며 "새 시대를 여는 새 정치인 윤석열의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