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반전' 고심하는 尹…(1) '정책 디테일' 채우는 게 관건

입력 2022-01-02 18:16
수정 2022-01-10 15:35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지율 반전을 위한 ‘출구 찾기’에 나섰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뒤지면서다. 당내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1일 선거대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저부터 바꾸겠다”고 고개를 숙였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2일 “국민 정서에 맞춰 메시지를 내야 하는데 지금껏 부족했다”고 했다. 국민의힘 안팎에선 윤 후보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2030세대 등 핵심 타깃을 공략할 방법을 찾고, 경쟁 후보에 비해 부족한 정책 능력을 보완하며, ‘중구난방’식 메시지를 없애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디테일 살려야무엇보다 약점으로 꼽히는 ‘부족한 정책 능력과 경험’을 보완하는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윤 후보는 지난달 25일 증권 전문 유튜브 삼프로TV에 출연해 인터뷰했다. 당내에선 ‘패착’이라는 혹평이 많았다. 오랫동안 주식투자를 했고, 정책적인 준비가 충분했던 이재명 후보만 부각시켜줬다는 것이다. 어디에서 뭘 해야 윤 후보가 부각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는 의미다.

윤 후보는 준비된 원고를 읽기만 할 뿐 쟁점이 될 만한 발언은 전문가 출신 의원 등의 입을 통해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준비가 부족했더라도 ‘능력 있어 보이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점이 잘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2030·중도 전략 제대로 짜야이번 대선의 핵심 타깃으론 ‘스윙보터’인 2030세대와 중도층, 수도권 유권자가 꼽힌다. 하지만 윤 후보 측은 이들을 잡기 위한 명확한 전략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들이 민감해하는 현안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온다. 윤 후보가 지난 1일 게임 전문 매체에 보낸 서면 인터뷰에서 확률형 아이템 문제와 관련해 ‘아이템 확률은 기업 비밀이어서 공개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게 대표적이다. 상당수 20~30대는 즉각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2030세대를 주요 독자로 하는 매체에서 이들의 생각과 다른 엉뚱한 메시지가 나간 것이다.

심지어 이 서면 인터뷰 내용은 사전에 윤 후보에게 제대로 보고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런 큰 문제를 당내 게임 전문 의원과 협의도 하지 않고 심지어 후보 본인도 모른 채 후보 이름으로 내는 선대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페미니스트’ 신지예 씨를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에 영입한 것도 2030세대 일부가 윤 후보에게 등을 돌리게 했다. 당내에서도 ‘반발하는 2030세대 남성 표심을 잃고 2030 여성 표는 거의 흡수하지 못했다’는 게 중론이다.

중도층을 잡기 위한 뚜렷한 전략도 안 보인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단순히 ‘반문(반문재인)’만 강조하며 강성 보수 후보로 인식되고 있다”며 “이렇다 보니 중도 지지자가 왜 이재명 말고 윤석열을 찍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중구난방 메시지 없애야선대위 내에 ‘사공’이 많다 보니 ‘중구난방’으로 메시지가 나오는 점도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꼽힌다. 윤 후보는 지난달 29일 대구·경북 지역 방문 때 울진 신한울 3·4호기 공사 현장을 찾아 탈원전 재검토 등 에너지 공약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와중에 국민의힘 선대위는 경북 지역 활성화 공약을 발표했다. 두 가지 메시지가 뒤섞인 셈이다. 윤 후보는 다음날엔 대구의 로봇 공장을 방문해 첨단기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가 하면 경북 칠곡의 다부동 전투 전적비를 찾아 6·25전쟁 용사들을 참배하고, 저녁에는 아마존을 통해 수출되는 ‘K호미’ 장인을 만나기도 했다. 보통 국민들에게 하나의 메시지를 뚜렷하게 전달하기 위해 일정을 짜는 것과 달리 의미를 읽기 힘든 ‘투어식’ 일정이 반복되고 있다. 위기 의식 가져야윤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 역전 조짐이 보인 건 이미 2주 전이다. 위기를 느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선대위 관계자 대부분이 ‘정권교체 여론이 이렇게 높은데, 그래도 결국은 우리가 이길 것’이라는 태도로 일관했다. 한 중진의원은 “이 정도 위기라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이 진짜든 아니든 상징적으로라도 관련 논란이 있는 인물들을 후방으로 퇴진시키는 선대위 전면 개편이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