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과 KT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에서 맞붙는다. 자체 AI 반도체 칩을 활용해 ‘서비스로서의 AI(AIaaS)’를 제공한다는 목표다. AI 반도체는 대규모 데이터를 병렬 처리하는 데 특화된 고성능 반도체를 뜻한다.
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4일 사내 AI 반도체 사업 부문을 떼어내 신설법인 ‘사피온코리아’(가칭)로 독립시킨다. 사업 양도가액은 약 311억원이다. SK텔레콤은 사피온코리아를 계열사로 편입해 AI 반도체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오는 5일 개막하는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전시회 CES 2022에선 관련 로드맵을 발표한다.
SK텔레콤은 앞서 자체 기술에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로직 등을 접목해 AI 반도체 개발에 성공했다. 2020년 11월 공개한 추론 전용 AI 반도체 ‘사피온 X220’(사진)이다. 차세대 칩인 사피온 X330은 설계 구현 막바지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칩을 기반으로 AI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다.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은 작년 11월 “SK텔레콤을 AI·디지털인프라 기업으로 키우겠다”며 AI 서비스를 핵심 목표 사업으로 꼽았다.
AI 반도체를 활용한 초반 주력 분야는 지능형 영상 인식·분석·추출 등이다. 사피온 칩을 비롯해 AI 자동 모델링 툴 ‘메타러너’, AI 응용 서비스인 ‘머신비전’ ‘AI카메라’ 등을 개발해 고도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의 디지털 헬스케어·미디어 사업, 관계사인 SK쉴더스(옛 ADT캡스)의 관제 서비스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올 상반기엔 AI 영상 분석을 활용한 공공 안전 솔루션을 출시한다.
KT도 AI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다.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과 협업해 2023년 자체 AI 반도체칩을 내놓을 계획이다. AI 인프라 대여 서비스 ‘하이퍼스케일 AI 컴퓨팅’을 시장 공략 기점으로 삼았다. 기업에 클라우드 기반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를 빌려주고, 차차 이 인프라를 키운 뒤 자체 칩을 심어 비용을 확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자체 AI 표준모델을 만들어 자율주행, 금융, 메타버스 등 각 분야 맞춤형 AI 솔루션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두 회사는 모두 소프트웨어부터 반도체까지를 아우른 통합형 AI 서비스가 미래 신사업의 핵심 열쇠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IT·금융·제조·교육·엔터테인먼트 등 이젠 AI 서비스를 쓰지 않는 분야가 없다”며 “통신 시장은 5세대(5G) 이동통신 도입 이후 성장세가 둔화된 반면 AI 서비스는 확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